육류수입업자에게 수천만원 받은 혐의
검찰 간부들에게 골프접대 정황도… 경찰 압수수색 영장 檢이 5차례 기각
친동생이 檢 재직… 게이트 번질수도
현직 부장검사의 친형인 세무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외국으로 도주해 8개월간 숨어 지내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태국 경찰이 19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윤모 씨(57)의 신병을 25일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윤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들이 윤 씨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5차례나 신청했지만 검찰이 연거푸 기각했다. 이 때문에 검경 갈등이 빚어지며 “검찰 간부의 친형인 데다 검사들까지 연루된 사건이라 검찰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윤 씨의 동생은 현재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2010∼2011년 서울 성동세무서장 근무 당시 알고 지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수입가공업체 대표 김모 씨(56)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을 대가로 금품과 골프 접대 등 수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로비를 해주겠다”며 관내 기업체 대표들에게 돈을 걷어 윤 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윤 씨뿐 아니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검역담당 공무원(4급)에게도 금품을 뿌리는 등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한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8월 아무 통보 없이 출국했다. 윤 씨의 도피로 수사 진행이 어렵게 되자 경찰은 지난해 11월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수사는 기소중지 상태로 잠정 중단됐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이 육류가공업자와 세무서장의 단순한 유착에 그치지 않고 검사와 고위공직자 등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다. 윤 씨가 김 씨에게서 제공받은 법인카드로 검찰 간부 등 다른 유력 인사와 골프를 쳤으며 이 검사들이 가명으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수사팀은 김 씨가 골프 예약을 한 날 자신의 수첩에 검찰 간부 2명의 이름을 쓴 메모를 입수했으며 윤 씨가 대포폰으로 이들 간부 중 한 명과 자주 통화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 간부 연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윤 씨가 자주 갔던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번번이 기각했다. 검찰은 “윤 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압수수색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아서 반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윤 씨가 김 씨의 법인카드로 다른 현직 부장검사 2명과 골프를 친 정황이 나왔고 압수수색을 통해 골프장 출입자 명단을 확인하는 건 당연한 수사 절차인데 검찰이 치부를 감추기 위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맞섰다.
윤 씨는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뇌물수수 및 검사 골프 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얼마 뒤 해외로 도피해 잘못을 시인한 모양새가 됐다. 경찰은 윤 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체포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이 윤 씨를 붙잡아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48시간)이다. 경찰은 이 시간 동안 윤 씨를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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