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잠깐 맡겼는데…” 도난 신고… 경찰 추적해보니 주한 피지대사
대사 “내게 주는줄 알았다” 개 돌려줘
2월 3일 밤 12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술집. 주인 남모 씨(43·여)는 가게 문을 닫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외국인 부부 손님에게 “밖에서 잠시 애완견과 놀아달라”고 부탁했다. 시추 한 마리와 페키니즈 한 마리였다. 이 손님들은 늦은 시간에 가끔 가게에 들러 칵테일 한두 잔씩을 마시곤 해 안면이 있던 터였다. 이들은 애완견도 잘 보살펴줬다. 하지만 남 씨가 문을 닫고 가게 앞으로 나오자 애완견을 봐 주기로 한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 골목을 돌아다녔지만 손님과 애완견 모두 찾지 못했다.
남 씨는 다음 날 “애완견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남 씨는 “이들이 ‘피지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경찰은 피지인 입국 기록을 조회하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문제의 손님은 주한 피지대사인 A 씨(53) 부부로 나타났다. 피지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A 대사는 이달 15일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면책특권을 내세워 거부했다. 하지만 대사관을 찾아온 경찰에게 “주인이 내게 개를 주는 줄 알았다”며 개는 돌려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A 대사 부부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시 출석을 요구하겠지만 계속 불응해도 어쩔 수 없다”며 “외교관 면책특권에 따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외교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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