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교장으로 은퇴한 전영재 씨(67·서울 영등포구 문래동)가 골프채를 들고 친구들과 함께 필드로 나섰다. 클럽과 공, 그리고 티까지 갖춰 홀을 돌고 있다. 모양새는 골프가 맞는데 골프장이라고 하기엔 코스 길이가 너무 짧다. 공도 조금 더 크고, 골프채 헤드도 각이 없이 평평하다. 그가 하는 것은 잔디가 깔린 공원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다.
파크골프에 입문한 지 3년 됐다는 전 씨는 “18홀 도는 데 40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 54홀을 돌았다”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아 나이 든 사람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아내와 친구들, 아이들과 종종 필드에 나온다”며 웃었다.
골프의 묘미를 즐기고 싶지만 비싼 이용료와 장비, 긴 경기시간 등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최근 파크골프가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5월 1일 잠실 서울종합운동장의 동남문 체육공원에 ‘파크골프장’을 개장한다고 밝혔다. 이 파크골프장은 9홀(총 코스 길이 500m) 규모로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 벙커, OB, 그린, 러프 등을 갖췄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한 농부가 공원에서 재미삼아 골프 연습을 한 데서 유래됐다. 면적은 기존 골프장의 50분의 1에서 100분의 1 정도. 18홀 기준으로 코스 전체 길이가 500∼1500m밖에 안 된다.
장비는 감나무 헤드와 금속 샤프트로 만든 클럽 한 개에 플라스틱 공, 고무 티(샷을 할 때 쓰는 받침대)만 있으면 OK. 클럽은 중량 600g 이하에 길이 86cm이고 공은 지름 6cm로 일반 골프공(약 4.2cm)보다 크다. 공은 내부가 플라스틱으로 차 있어 하늘로 뜨지 않고 굴러가듯 낮게 깔리는 게 특징.
전국의 파크골프연합회나 파크골프장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다. 30분 정도 기본 설명을 듣고 18홀을 돌면 88∼90타를 기록할 수 있다. 비용도 저렴해 공과 채 대여료를 포함해 1인당 5000원 정도.
잠실종합운동장의 파크골프장은 11월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장. 이용료는 평일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초등학생 2000원이고 주말에는 30% 비싸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yeyak.seoul.go.kr)을 통해 매월 5∼10일 선착순으로 다음 달 예약 신청을 할 수 있다. 홈페이지 stadium.seoul.go.kr, 02-2240-8763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02-304-3212)에 18홀 규모, 강서구 마곡동 서남물재생센터 내(02-380-8888) 9홀 규모의 골프장이 있다. 이용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각각 4000원과 3000원. 장비가 없다면 1000원으로 공과 클럽을 빌릴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화성 동탄 고양 파주 가평 성남 등지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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