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예식장 앞 시위는 자유지만 장송곡은 안 돼”

시위대, 꽹과리 치며 항의 집회… 법원 “심각한 명예훼손-업무 방해”

최근 한 유명 개그맨이 결혼하는 등 연예인의 결혼 장소로 잘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형 예식장 컨벤션디아망. ‘최고급’ ‘7성급’을 표방하는 이 예식장 앞에서는 최근 신랑 신부의 첫 출발을 축하하는 ‘결혼행진곡’ 대신 장례식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장송곡’이 울려 퍼졌다. 시위대의 거친 구호소리가 들리고 ‘채권자 눈에는 피눈물이 흐른다’는 험악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몇 년 전까지 이 예식장의 소유주였던 업체에 대해 채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예식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예식장 측은 “건물 주변에서 시위를 금지하고 꽹과리 등 악기를 치거나 장송곡을 틀지 못하게 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예식장 건물 근처에서 장송곡을 틀지 않도록 해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9일 밝혔다. 시위 장소가 결혼식장 앞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 재판부는 “예식장의 혼주나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 등을 감안할 때 심각한 명예나 신용 훼손, 업무방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집회와 시위는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소음의 경우도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예식을 진행하기 어려운지 구체적이지 않다”며 예식장 측의 다른 신청은 대부분 기각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