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조작 5억 차익 20대 구속
개미투자자 노려 투자카페 6곳 운영… 알바 고용해 찬양글로 게시판 도배
“주가 오른다” 소문낸 뒤 주식 팔아
주식은 ‘정보’가 생명이지만 인터넷에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판치는 게 현실이다. 한 푼이 아쉬운 개미투자자들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소한 정보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개미투자자의 심리를 노려 알바부대를 고용해 여론을 조작한 뒤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김모 씨(27)는 지난해 8월부터 포털사이트 주식게시판에서 ‘26세에 17억 원을 번 주식천재’로 명성을 떨쳤다. 네이버 주식게시판엔 김 씨가 운영하는 ‘버핏투자클럽’을 칭송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인터넷매체가 김 씨를 ‘한국의 워런 버핏을 꿈꾸는 투자의 귀재로 여의도 증권가 안팎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소개할 정도였다. 김 씨가 지난해 9월 만든 버핏투자클럽엔 8000여 명이 가입했다. 40여 명은 김 씨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들으려 가입비 30만 원을 내고 VIP 유료회원이 됐다.
김 씨는 이런 투자 카페를 6개 운영하면서 ‘워런 버핏의 원칙을 적용해 성공적인 투자를 보장한다’는 홍보문구로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500만 원을 투자해 22억 원을 벌었는데 그 비법을 전수받았다고도 했다. 김 씨는 유사 투자자문업체 H사를 차리고 정모 씨(32) 등 상담사 4명을 고용해 카페 회원들에게 투자 상담까지 해줬다. 장모 씨(21) 등 직원 3명은 인터넷 카페 관리에 매진했다. 온라인에서 김 씨의 명성은 점점 높아져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김 씨의 ‘자가발전’이었다. 김 씨를 찬양하는 글은 대부분 김 씨가 고용한 알바부대의 작품이었다. 김 씨가 26세에 17억 원을 벌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김 씨는 고졸 출신으로 별다른 자격이 없는 개인투자자였다. 500만 원으로 22억 원을 벌었다는 김 씨의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다 그만둔 상태였다.
김 씨는 인터넷을 통해 중국 해커로 추정되는 사람에게서 약 1200만 원을 주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아이디 8만여 개를 샀다. 이어 대학 휴학생 장 씨 등 3명을 월 100만 원씩에 고용한 후 경기 용인에 있는 오피스텔에 상주시키며 자동 글쓰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식게시판에 김 씨를 찬양하는 글을 도배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들을 한꺼번에 입력해 넣고 글 내용을 입력해 작동시키면 해당 게시판에 글이 자동으로 깔리는 방식이다. H회사 팀장이라는 성모 씨(23)는 알바부대에서 불법 구매한 아이디와 자동 글쓰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총책을 맡았다. 김 씨 회사의 상담사 4명은 투자 관련 자격증이 있는 정 씨를 제외하곤 무자격자였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마케팅 재택알바’를 구한다며 주당 30여만 원을 주고 대학생 안모 씨(21)를 고용해 게시판에 글을 쓰게 하기도 했다.
김 씨는 알바부대가 올린 글을 보고 몰려든 회원들을 상대로 불법 주식 매매업을 했다. 주식 매매업은 당국의 허가를 받은 회사만 할 수 있지만 김 씨는 신고만 하면 세울 수 있는 유사 투자자문업체를 차려 무인가 영업을 했다. 유사 투자자문업체는 주식매매는 할 수없도록 되어 있다.
김 씨는 특정 비상장 주식을 구매한 뒤 이 주식들이 조만간 상장돼 유망하다는 소문을 자신의 카페 회원들에게 흘렸다. 투자자가 몰려 주가가 오르면 비싼 값에 되팔았다. S사 주식을 4000원에 사 8000∼1만 원에, P사 주식을 3000원에 사 6000원에, H사 주식을 8500원에 사 1만∼1만3000만 원에 카페 회원들에게 되팔아 총 5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정보통신망의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김 씨를 구속하고 김 씨가 고용한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이 많은 만큼 개인투자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