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30일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건 사상 2번째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윤 팀장과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 일선 검사 5명, 디지털포렌식 요원 10명 등 25명은 이날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심리정보국은 최근 폐지됐지만 기존 사무실에서 내부 지시·보고 문건과 인트라넷, 컴퓨터 서버 등을 확보했다. 심리정보국에 소속됐던 일부 직원의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러 14시간가량 조사한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이 검찰청을 떠난 밤 12시 이후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사팀은 국정원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는 임의제출 형식이 아니라 강제수사 방식을 택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원칙대로 해야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한 뒤 앞서 조사한 원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이종명 전 3차장 등 3명을 한두 차례 더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원 전 원장을 비롯한 전 국정원 지휘라인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 전 원장 등 3명은 검찰에서 “대북 심리전과 종북세력 대응 차원에서 직원들이 댓글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받았지만 국정원 임무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지시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에서 윗선의 지시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찾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두 번째로 압수수색을 받은 국정원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인연도 화제가 됐다. 2005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황 장관은 ‘안기부 X파일’ 수사를 직접 지휘했으며 이번에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장관직이지만 법무·검찰 조직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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