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를 보존하기 위해 암각화 일대에 임시 생태제방을 쌓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석기 문화 유적인 반구대암각화는 인근에 사연댐이 세워진 뒤 1년에 7, 8개월은 물에 잠겨 일부 그림이 지워질 정도로 훼손이 심각하지만 해법을 놓고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10년 넘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당시 2017년까지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황우여 대표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귀중한 문화유산이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부처의 갈등 조정 실패로 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암각화 일대에 임시로 생태제방을 쌓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시로 생태 제방을 쌓아 물에 잠겨 있는 암각화를 꺼내 더 훼손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암각화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당정협의를 거쳐 예산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식수원 대책 마련뒤 댐수위 낮출 방안 검토 ▼
새누리당은 2일 암각화 인근인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암각화 보존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암각화 보존 방법을 놓고 울산시는 생태제방 축조를,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울산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출 경우 식수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문화재청은 영구 생태제방을 쌓으면 암각화의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반대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일단 ‘임시 생태제방’을 쌓았다가 추후 식수원 대책을 마련한 뒤 임시 제방을 허물겠다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4월 초 국무총리실에 암각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한 정부도 새누리당과 함께 암각화 보존을 위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훼손이 계속되는) 암각화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신속한 대책 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암각화 보존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안을 ‘조기 경보’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가능한 한 빨리 암각화 보존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며 “특히 울산시민들의 식수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시절 암각화 보존대책을 정부에 촉구할 정도로 ‘암각화 보존 전도사’로 활약 중인 김형오 전 의장도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갈등을 끝내고 하루빨리 암각화를 물속에서 꺼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고 싶으면 우선 물속에 잠긴 암각화를 꺼내 정상화해야 한다”며 “‘작살 박힌 고래’ 등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그림은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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