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20대 일본인 여성 2명이 가게를 둘러보더니 빈손으로 자리를 떴다. 이날 본보 취재팀이 찾은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매장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이맘때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거리를 가득 메웠던 것과는 극과 극의 풍경이다. 4년째 명동에서 환전상을 운영하고 있는 차충석 씨(48)는 “예년 같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 물결을 이룰 시기인데 요즘은 썰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은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골든위크’ 연휴이고 중국은 4월 29일부터 1일까지 노동절 연휴다. 매년 이 시기에는 한국을 찾는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북한의 도발 위협과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온 마이 사이토 씨(31·여)는 “부모님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이 많았다. 나도 호텔을 예약한 뒤 수차례 전화를 걸어 ‘여행을 가도 괜찮으냐’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 약세 때문에 여행 비용도 늘었다”며 “2년 전에는 숙박비와 항공료를 포함해 8만 엔(약 90만 원)이 들었는데 이번엔 10만 엔(약 110만 원)이 들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는 한국말로 “(북한) 대포동 (미사일) 싫어요”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여행사들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썬버스트 투어’의 윤정희 과장은 “4월 한 달 동안 일본 현지인들로부터 70∼80건의 문의를 받았는데 대부분이 한국의 안전을 묻는 내용이었다”며 “지난해 골든위크에 비하면 일본인 관광객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들은 북한의 위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쓰이 완 씨(26·여)는 “뉴스에서 북한 핵실험 보도를 봤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찾는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중국인 대부분은 “북한의 위협이 걱정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명동의 상인들도 “중국인 관광객은 크게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감소한 반면에 중국인은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화준 중국팀장은 “중국은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북한과 교류가 많아 가깝게 느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일본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일본 언론에서도 계속 긴박한 상황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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