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춘천지법 202호 법정에서 열린 소년재판에서 절도 혐의로 법정에 선 A군(15)에게 “비행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교적 관대한 처분이 내려졌다. 춘천지법 소년부의 권순건 판사는 보호자와 함께 사회봉사를 할 경우 그만큼 재범 방지 효과가 크다며 부모에게도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춘천지법은 이날 오전 10시∼낮 12시 열린 소년재판을 학교 폭력 담당 교사들에게 공개했다. 소년재판은 원칙적으로 비공개지만 소년법 제24조 제2항의 예외 규정에 따라 재판장의 사전허가를 받아 공개한 것. 학교 폭력 담당 교사들이 직접 재판 과정을 방청함으로써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보다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석한 4명의 교사는 진지한 모습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눈물 흘리는 비행소년, “잘못 키운 저를 탓해 달라”는 보호자, “가정환경 탓에 그런 것이니 정상을 참작해 달라”는 국선 변호인 등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러나 재판장의 결정은 냉엄했다.
특수절도 및 절도 등 14건의 혐의로 법정에 선 B군(17)에게는 9호처분(6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과 보호자 특별교육이 결정됐다. B군의 변호인은 보조의견 진술을 통해 “잘못된 친구들과의 만남이 가출과 범죄로 이어졌다”며 “매우 반성하고 있는 만큼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판사는 “비행이 점점 대담해지고 상습화되고 있어 국가가 강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 또 폭력 혐의의 C군(19)에게도 9호 처분이 내려졌다.
2시간 동안 40건의 재판이 끝난 뒤 판사와 교사들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소년재판을 방청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 교사(42·여)는 “소년법정이 비행소년에게 벌을 주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들을 보호하고 치유하려는 노력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며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처벌기준을 정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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