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거제 반값아파트 ‘先용도변경 後기부채납’ 방식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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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300만 원대 아파트를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공급하겠습니다.”

권민호 경남 거제시장(57)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내건 공약 중 하나다. 권 시장은 이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아파트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건설업체의 아파트 건립을 도와주고 대신 이 업체로부터 서민아파트를 짓는 데 필요한 땅을 제공받는 방식이다. ‘신선하고 독특한 구상’이라는 호평이 있으나 ‘공약에 얽매인 생색내기’라는 혹평도 없지 않다.

○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거제시는 3월 11일 부산의 토목건축업체인 평산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주민공람과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평산산업은 지난해 양정동 일대에 아파트 사업 승인 신청을 냈다. 당초 계획은 양정동 일대 11만5000m²(약 3만4840평)에 아파트 1300채를 짓는 것이었다. 아파트 단지 모양이 부정형이이서 고민하던 평산 측에 반값아파트 공급을 하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있던 거제시가 ‘윈윈 전략’을 내놨다.

거제시는 평산산업에 “사업용지를 18만9000m²(약 5만7270평)로 늘려 사각형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평산산업이 거제시에 서민 아파트 건립용지, 도로, 공원, 녹지 등 전체 용지의 56.5%인 10만6833m²(약 3만2370평)를 기부하는 조건이었다. 자기들은 나머지 용지 8만2167m²(약 2만4900평)에 1300채를 지어 분양하기로 했다.

거제시는 평산산업에서 무상으로 받은 용지 가운데 2만4000m²(약 7270평)에 건축비만 들여 아파트 702채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3.3m²(평)당 건축비는 390만 원선으로 잡고 있다. 거제지역 민영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m²당 700만 원 정도다. 이 아파트는 2016년 말경 공급할 계획이다. 공급방식은 유동적이다. 분양, 영구임대, 장기임대 후 분양을 놓고 고민 중이다.

○ 공급까지는 ‘산 너머 산’

민간업자의 개발이익을 환수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걸림돌도 많다. 우선 전체 사업용지 가운데 44.1%인 8만3504m²(약 2만5300평)가 농림지역이어서 아파트 건립이 어렵다. 거제시는 내부 행정절차를 거쳐 8월경 경남도에 용도지역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려면 나머지 용지처럼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꿔야 하지만 이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업의 투명성과 분양방식에 대한 시비를 우려해 용도지역 변경신청을 반려하거나 엄격한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크다.

거제시는 용도지역 변경이 이뤄지면 내년 6월경 아파트 공사에 들어갈 예정. 시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업체는 따로 선정하겠지만 시비 소지를 없애기 위해 평산산업은 배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거제시 산하기관인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공사를 맡길 수도 있다.

아파트 공급방식과 수요자 선정도 난제다. 일단 10년 임대 후 분양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영구 임대아파트로 운용하면서 일정 주기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마지막으로는 건립 원가로 분양하는 것이지만 가능성은 낮다. 무주택 서민 가운데 누구에게 혜택을 줄지 기준을 정하는 문제도 남는다. 사후 관리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거제시 관계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 도입한 사업방식으로 획기적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행정절차가 많이 남아 있고 수요자 선정도 쉽지 않아 계속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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