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3부]어린이 통학차 3회 위법땐 학원인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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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4일 03시 00분


정부, 본보 제언 한달만에 종합대책

정부가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2월 경남 창원시에서, 3월 충북 청주시에서 연이어 어린이들이 자신이 타고 온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정부 대책에는 동아일보가 그동안 제안해온 ‘세림이법’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13개의 주요 내용이 대부분 포함됐다.

○ 안전의무 위반하면 학원 폐업

정부는 6월 30일까지 전국의 어린이 통학차량 6만4863대를 전수조사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법규를 개정해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 통학차량 절반가량은 미신고 상태다. 신고하지 않은 통학차량을 운행하다가 적발된 시설은 인허가를 취소하거나 운영을 정지한다. 신고하려면 안전발판 등의 장치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고려해 영세한 학원과 체육시설에는 유예기간을 둔다. 26인승 미만 차량으로는 자가용 영업을 할 수 없었던 현행 기준을 완화해 어린이 통학차량에 한해 9인승 이상 승합차로도 자가용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신고 의무화의 걸림돌이었던 지입차(운수회사의 명의로 등록된 개인소유의 차량)의 음성적 영업을 양성화하려는 의도다.

통학차량 안전과 관련한 위법이 3회 적발되면 해당 시설의 인가와 등록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도 도입한다. 안전의무를 위반한 통학차량 운전사는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지금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에 그쳐 실효성이 적었다.

통학차량 안전기준도 강화한다. 후진 시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해 광각후사경, 후진경보기, 후방카메라 등 후방 감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어린이용 안전띠와 발판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현행 3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대폭 인상된 과태료가 부과된다.

통학차량 관련 정보는 ‘통학차량 알리미’ 사이트를 개설해 공개할 방침이다. 학부모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녀가 다니는 학원의 통학차량이 안전기준에 맞게 개조됐는지, 운전사가 안전교육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타고 내리는 사이 통학차량을 추월하거나 옆을 지나치는 운전자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은 이번 정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차한 통학차량을 추월하는 행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간다’는 생각이 앞서 길을 급히 건너기 십상인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다만 어린이가 타고 내리는 통학차량 뒤에서 달리던 차량이 추월할 경우의 범칙금을 현행 5만 원에서 대폭 올리기로 했다.

○ 단속·지원 뒤따라야 실효성

정부가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 문제가 불거진 뒤 한 달여 만에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과거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과태료를 소액 인상하거나 잠시 단속을 강화하는 식으로 ‘땜질 처방’을 반복했다. 하지만 창원시 사고 이후인 2월 28일 동아일보가 ‘통학차량 사고로부터 어린이를 지키기 위한 5가지 제안’을 보도하는 등 ‘시동 꺼! 반칙운전’ 연중기획을 통해 통학차 안전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전달해왔다. 3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이 안전사고 발생 방지를 특별 당부했고 청와대가 주관한 관계부처 회의가 열렸다.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에 공동기획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tbs 등과 세림이법 제안에 의견을 준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서울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는 “이번 정부 대책이 통학차량 안전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강력한 단속과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속이 허술하면 법이 아무리 강력한 해도 학원장과 통학차량 운전사 사이에서 무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억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통학차량 안전기준에 맞추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영세시설에 한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지원하고 모범적인 통학차량에 대해선 보험료를 인하하는 등의 유인책을 병행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김성규 기자 becom@donga.com
#어린이 통학차#반칙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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