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경남도정을 취재하면서 만난 도지사는 8명. 이 가운데 민선은 저마다 독특함이 많았다. 관선과 민선 1, 2기를 합쳐 10년을 재직한 김혁규 전 지사. 공무원 출신인 그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했다. 대권을 꿈꾸며 2003년 중도 사임을 하고 정당을 바꿨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빠른 계산’과 ‘정확성’은 별개였던 셈.
40대 초반의 김태호 전 지사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 도의원과 거창군수를 거쳤지만 행정에 관한 한 프로는 아니어서 ‘한량(閑良)형’ 이미지로 남았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선 ‘보수의 아성’인 경남에서 야권 성향의 무소속인 김두관 전 지사가 입성했다. 4대강 반대와 민관 협치(協治) 등으로 잠깐 주목을 받은 그는 2년 만에 대권을 좇아 지사직을 버렸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실속을 챙겨 ‘구렁이형’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홍준표 지사는 어떨까. 그는 특유의 개인기와 돌파력을 지닌 ‘쾌도난마형’이다. 그는 매사를 피아(彼我) 개념으로 정리하는 편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만 해도 그렇다. 국회와 정부,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노조와 진주의료원 구성원 등이 폐업방침 철회를 압박하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도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행정권의 정당한 행사이자 고유 권한”이라는 거다.
언론과 대야 관계도 전투적이다. 정정보도 요청이나 언론중재 제소는 어느 도지사 시절보다 많다. 기자를 하대(下待)하는 일도 잦다. 마뜩잖은 보도를 한 언론사 기자에겐 대놓고 면박을 준다. 불필요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주의료원 구성원이나 입원 환자, 언론인 등도 경남도민이다. 차분하게 설득하고 대화하는 것이 옳다. 이견이 있으면 마주 앉아 의논하고 조율하는 ‘절차’에 무게를 두자고 민선자치시대를 열었다.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을 내세워 노조와 진행하고 있는 대화가 ‘면피용’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홍 지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 기자들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도지사는 도의 큰 어른, 즉 도백(道伯)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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