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인천市,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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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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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4조 넘게 냈는데 수돗물 수질 제자리”

“우리 가족이 쓰는 수돗물의 질이 그대로인데도 물이용부담금을 14년 동안 꼬박꼬박 냈다니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인천에 사는 김종수 씨(53·연수구 동춘동)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물이용부담금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분통이 터졌다. 한 달 평균 40t 안팎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김 씨 가족은 t당 170원씩, 한달 평균 680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수도요금과 함께 내왔다.

물이용부담금은 팔당호 등 한강 상류 취수지역 보호와 수질 개선에 쓰기 위해 1999년 도입한 일종의 준조세. 돈을 내 온 시민으로서는 효과를 봐야 하지만 수질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상태다. 김 씨도 ‘먹는 물’은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생수를 사서 해결한다. 김 씨는 “정부가 수질개선을 하지 않고 시민에게 돈만 걷어 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은 무슨 돈인지도 잘 모르고 14년째 부담해 온 물이용부담금이 효과도 내지 못한 채 계속 징수되자 서울시와 인천시가 최근 납부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물이용부담금을 둘러싼 정부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라며 각각 3월분 물이용부담금 145억 원과 42억 원의 납부를 거부했다. 이들 지자체는 그동안 각 가정으로부터 수도요금과 함께 물이용부담금을 징수한 뒤 한강유역환경청의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사무국에 자동이체로 납부해 왔다. 정부는 1999∼2012년 총 4조3023억 원을 물이용부담금으로 징수했다. 1999년 t당 80원이던 부담금은 7차례 조정을 거쳐 현재 t당 170원으로 오른 상태다.

서울시와 인천시가 ‘납부 거부’라는 배수진을 친 것은 정부가 지자체에서 걷은 돈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수질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 상류지역에 환경기초시설(하수처리장 등)도 거의 다 설치돼 기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부담금을 깎아 주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한 것이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환경부가 1999∼2011년 사이에 부담금과 예산을 포함해 총 4조3679억 원을 투입해 환경기초시설 설치와 운영에 2조541억 원, 주민지원에 9111억 원, 한강 수변 토지매입에 8513억 원 등을 사용했지만 한강 수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팔당호 수질 개선 현황’ 자료에 따르면 팔당호의 최근 10년간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농도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1.3∼1.1ppm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9개 기관(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북 환경부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으로 구성된 한강수계관리위원회가 부담금 인하 안건을 부결시키자 5개 지자체 및 환경부를 제외한 3개 기관의 의결권을 제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관련 기관이 오랜 기간 함께 논의하면서 협력체계를 구축했는데 이제 와서 일부 기관을 배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차준호·박진우·남경현 기자 run-juno@donga.com
#물이용부담금#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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