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정원 심리정보국 신설 이후 이 부서 직원 등이 게재한 모든 인터넷 댓글과 게시글에 대해 불법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심리정보국의 인터넷 글에 대한 전수조사인 셈이다.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의 전말을 파헤쳐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를 위해 압수한 노트북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토대로 아이디와 댓글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정보국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1년 11월 해외파트를 담당하는 3차장 산하의 심리전 담당 부서를 확대 개편해 만든 조직이다. 그 안에 안보 1·2·3팀 등 4개 팀을 두고 모두 76명의 직원을 배치해 대북 심리전 임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수사를 받은 직원 김모 씨(여)와 이모 씨도 이 팀에 소속된 뒤 노트북을 지급받아 인터넷 댓글 활동 등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5일까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조사 중이라고 밝힌 웹사이트는 모두 10개 안팎이다. 경찰 수사 때 알려진 ‘오늘의 유머(오유)’ ‘뽐뿌’ ‘보배드림’ 외에 누리꾼들의 정치적 의견 제시와 토론이 빈번한 D사이트, I사이트 등도 포함돼 있다.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단 모든 댓글과 게시글을 확인하다 보면 조사 대상 사이트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 대상 사이트의 개수보다는 개별 인터넷 글의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씩 검찰 조사를 받은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지휘라인 관계자들은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대북 심리전 차원의 활동을 벌인 것일 뿐 국내 정치에 관여된 활동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찰은 댓글 조사 과정에서 이 진술과 배치되는 물증이 확보되면 원 전 원장 등을 다시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중인 사이트들에서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동원한 복수의 일반인들이 올린 글에 대해서도 국정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댓글 작업에 이용했거나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수백 개, e메일 주소 700여 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심리정보국 직원 등으로 의심되는 사용자가 가입한 포털 또는 웹사이트 아이디와 개인 정보를 대조해 사용자의 정확한 신원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주말인 4일부터 옛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이들을 상대로 댓글 업무가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었는지, 정치 개입 의도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심리정보국 직원들의 활동으로 의심된다며 공개한 인터넷 댓글들은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인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이 공개한 아이디 73개 등은 모두 검찰이 확보한 아이디의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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