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 쇼콜라티에코리아 대표(왼쪽 위)를 만난 경기 성남시 이우학교 1학년 정유경 양(오른쪽)과 서울 방배초 5학년 임재원 군. 두 학생이 수제초콜공방 ‘빠드두’에서 직접 만든 장미꽃 초콜릿을 들고 있다.
입안에서 샤르르 녹는 달콤한 초콜릿. 동화 속 세상처럼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성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직업이라 불리는 ‘쇼콜라티에’다.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을 예쁘게 디자인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초콜릿을 이용해 근사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멋진 쇼콜라티에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쇼콜라티에 ‘1호’로 알려진 김성미 쇼콜라티에코리아 대표(46)를 만나러 정유경 양(경기 성남시 이우학교 1)과 임재원 군(서울 서초구 방배초 5)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수제초콜릿공방 ‘빠드두’(Pas de deux)를 찾았다.
쇼콜라티에가 되기까지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초콜릿은 그저 간식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초콜릿으로 만든 작품 전시회를 2001년 처음으로 열면서 ‘초콜릿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임 군은 “어떻게 쇼콜라티에가 될 생각을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부모님 뜻에 따라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었다”면서 “대학생 시절 일본과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에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해서 쇼콜라티에란 직업에 유독 관심이 갔지요. 결국 결혼 후 34세가 되던 해 ‘지금 아니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어요.”(김 대표)
2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김 대표는 2003년 국내 첫 초콜릿공방 ‘빠드두’의 문을 열었다. ‘먹는 초콜릿’과 ‘보는 초콜릿’
정 양은 “쇼콜라티에가 되고 나서 주로 어떤 초콜릿을 만드셨나요?”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한국적인 맛이 느껴지는 특별한 초콜릿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인삼, 매실, 생강 등을 넣은 초콜릿을 개발하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쇼콜라티에는 ‘먹는 초콜릿’뿐 아니라 ‘보는 초콜릿’도 만들어내야 한다. 김 대표의 공방에는 꽃, 시계, 성 등 정교하게 만든 초콜릿 장식품이 전시돼 있다. 김 대표와 그가 길러낸 빠드두의 쇼콜라티에들은 1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 최대 초콜릿 전시행사 ‘살롱 뒤 쇼콜라(Salon du Chocolat)’에 참가해 세미나와 초콜릿 패션쇼에서 멋진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초콜릿 전문가가 되려면?
쇼콜라티에가 꿈인 정 양과 임 군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물었다.
김 대표는 “쇼콜라티에는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감각과 예술적인 감각이 모두 필요한 종합예술인”이라면서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는 직업이므로 꼭 어떤 학과를 나와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제자들 중에는 미술을 전공한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수제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와 관련된 전문가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쇼콜라티에가 될 수 있어요.”(김 대표)
그동안 ‘빠드두’에서 그가 길러낸 제자는 300여명. 1월에는 광주에 ‘빠드두 제2캠퍼스’의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에 서울 종로구와 대구, 부산 등에도 ‘빠드두’를 열어 더 많은 초콜릿 전문가를 길러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 “예측할 수 없는 매일이 장점이자 단점이죠”
정명진 의전관광 전문가와 이신혜-박경리 양
서울 구일고 2학년 박경리 양(왼쪽)과 서울 예일여고 2학년 이신혜 양(오른쪽)은 ‘의전관광’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의 정명진 대표를 만났다.이제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가 왔다. 하루 객실료가 수십만 원 하는 호텔에도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로 붐벼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 이러한 흐름을 읽고 새로운 개념의 직업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있다. 의전관광 전문 여행사이자 관광아카데미 ‘코스모진’의 대표 정명진 씨(41)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인 의전관광은 미국 할리우드 스타, 해외 고위 공직자 등과 같은 외국인 귀빈(VIP)이 한국을 찾으면 국내관광은 물론이고 공식 스케줄까지 관리해주는 일. 가이드이자 수행비서와도 같은 셈이다.
할리우드 스타 여배우 제시카 앨바와 유튜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첸도 정 씨의 가이드 아래 국내관광을 마치고 돌아갔다. 이쯤 되면 그는 민간외교관이라 할 만하다.
최근 서울 예일여고 2학년 이신혜 양과 서울 구일고 2학년 박경리 양이 신나는공부의 도움으로 정 씨를 만나 의전관광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24시간 고객과 함께!
24시간 해외 귀빈과 함께하며 그들의 모든 일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에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 등 개인적인 기호를 꼼꼼히 조사하고 공식 업무일정과 성격에 맞는 국내 관광 명소, 음식점 등을 정한다.
자녀와 함께 온 제시카 앨바를 맞이했을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유기농 과자의 브랜드도 미리 알아내 대접했다. 그야말로 VIP만을 위한 VIP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의전관광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박 양) 호주의 본드대에서 환대 서비스(Hospitality)를 전공한 정 씨는 한국에 돌아와 국제회의를 기획하고 회의에 참석한 해외 인사들을 대접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외 여행사와 접촉하는 일이 다반사. 그런데 아쉬웠다.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자유시간을 관리·안내해주는 서비스가 미흡했던 것.
한국을 찾는 해외 귀빈의 수는 매년 늘어가는 데 이들을 위한 맞춤형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간파한 정 씨는 고객을 밀착 에스코트하는 ‘의전서비스’를 관광에 합친 ‘의전관광’을 제공하는 ‘코스모진’을 2001년 설립했다.
“고객이 오전 3시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그 시간이 저희의 출근시간이에요. 새로운 직업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이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공인된 외국어 점수도 있어야 하고, 관광학 관광법규 한국사 등에 대한 이론시험도 통과해야 하지요.”(정 씨)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
유명인사를 상대하는 일인 만큼 힘든 점도 많을 터. 이 양이 “의전관광 업무의 힘든 점과 좋은 점은 각각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정 씨는 “매일 매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답했다. 고객의 일정과 개인적 기호에 맞춰 자신의 24시간을 할애해야 하니 힘들다면 힘들다고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각국의 영향력 있는 사람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뿌듯하다고.
“돌발 상황의 연속이죠. 예약해 놓은 호텔의 비데를 새 것으로 바꿔달라며 까다롭게 구는 고객도 있고, 단독으로 이용할 레스토랑을 식사 때마다 마련해야 한 적도 있었죠. 한 번 식사 가격이 수백만 원일 정도였다니까요.(웃음)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사소한 생활습관, 가치관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그만큼 배울 점도 많죠.”(정 씨)
“의전관광 일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박 양)
“무조건 고개 숙이고 잘해주는 것만이 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객에 대한 책임감, 우리나라를 홍보하려는 사명감도 필요하지요. 고객은 최고급 호텔이 아닌 우리나라의 아름다움 풍경 한 장면, 작은 배려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답니다.”(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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