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정보보안가를 꿈꾸는 임종현 씨(19·경기 신흥고 졸)는 2013학년도 숭실대 입학사정관전형인 SSU미래인재전형으로 컴퓨터학부에 합격했다. SSU미래인재전형은 ‘자기주도성’ ‘창의성’ ‘성실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숭실대의 대표 입학사정관전형.
8.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컴퓨터학부에 합격한 임 씨의 자기소개서에서는 의외로 특별한 교외 ‘스펙’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임 씨는 컴퓨터학부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학문인 ‘수학’과 ‘정보사회와 컴퓨터’ 과목에서 교과 우수상을 받았고, 교내 토론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을 내세웠다.
‘수학 공식 만들기’ 취미가 차별화된 무기
자신의 특기를 보여줄 만한 교과 활동으로 어떤 걸 어필해야 할까? 교과 활동은 ‘봉사’ ‘동아리’ 등의 비교과 영역처럼 특별한 활동이나 성과를 찾기 어려워 작성에 애를 먹는 학생이 많다. 또 ‘교과 우수상 수상’ ‘수행평가 만점’ 등의 성과는 다른 지원자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라 차별점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임 씨도 ‘수학’과 ‘정보사회와 컴퓨터’ 과목에서 교과 우수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작성했지만 그 내용은 조금 달랐다. 수상 실적보단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수학에 대한 흥미를 지속시켜준 활동 등을 스토리로 풀어냈다.
임 씨는 평소 암호나 수학공식 만들기를 즐겨 했다. 특히 정수의 규칙에 관심이 있었던 임 씨는 여러 가지 수를 이리저리 대입하고 조합하면서 숫자의 규칙성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어느 날은 2의 제곱수를 계속 써나가면서 숫자의 연관성을 찾아보다가 ‘로그 2’의 값인 1.414의 근삿값을 찾기도 했어요. 이땐 ‘로그’라는 개념을 배우기 전이라 엄청 신기하고 뿌듯했죠. 새로운 공식과 값을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수학에 자신감이 붙었고, 이 활동내용은 저만의 스토리라 생각해 자기소개서의 교과 활동 관련 답변으로 풀어냈어요.”(임 씨)
활달한 학생으로 변신시켜 준 토론대회의 힘
컴퓨터학부에 지원하려면 컴퓨터 관련 대회에서 수상하고,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할까? 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면 백일장 대회에 참가하거나 교내 독서토론부에서 활동해야 할까?
꼭 그렇진 않다. 지망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 않은 비교과 활동이라도 충분히 지원자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
임 씨가 내세운 비교과 활동은 교내 토론대회와 독서논술토론반 활동. 컴퓨터학부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활동을 통해 발전된 모습을 어필해 입학사정관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큰 대회에서 말하는 걸 두려워했어요. 그러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알고 싶으면 일단 저질러라. 고생하면서 일을 해결하다 보면 결국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안철수 전 교수의 말이 크게 다가왔어요. 토론과 발표가 제겐 ‘모르는 분야’였죠. 그래서 고1 때 친구 2명과 함께 ‘입학사정관제’와 ‘두발자유’를 주제로 한 교내 토론대회에 나갔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어요.”(임 씨)
힘든 도전이었지만 대회 우승을 거머쥔 임 씨는 이후 성격도 활발해졌고 도전정신도 생겼다는 사실을 자기소개서에 꼼꼼히 담았다.
컴퓨터 향한 뜨거운 관심으로 학업의지 강조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의 ‘학업 및 진로 계획’ 항목에 대학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체계적인 학습 계획을 작성하는 학생이 많다. 자신의 관심분야를 점점 단계별로 심화시키는 이러한 작성법도 물론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임 씨는 학년별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지망 전공인 컴퓨터학부에서 배우는 분야를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해 세분해 적었다.
먼저 그는 컴퓨터를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시스템’ 등 총 세 분야로 크게 나눴다. 그리고는 ‘프로그래밍에서는 C언어와 C++를, 네트워크에서는 시스코네트워크(CCNP)를, 시스템에서는 리눅스 서버와 윈도2008 서버를 공부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작성해 자신이 컴퓨터에 큰 흥미가 있고 앞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는 학업의지를 뚜렷이 어필했다. ▼ 오경진 숭실대 입학사정관 “짧고 굵은 스펙보다는 꾸준한 열정을 보이세요” ▼
지난해 숭실대 SSU미래인재전형 1단계에서는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만 지원자의 7배수를 걸러냈지만, 올해는 이 단계가 사라졌다. 학생부 교과 성적 평가 없이 1단계 ‘서류종합평가 100%’와 2단계 ‘1단계 성적(60%)+심층면접(40%)’으로 학생을 최종 선발하는 것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 숭실대 SSU미래인재전형으로 컴퓨터학부 13학번이 된 임종현 씨는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오경진 숭실대 입학사정관이 평가 내용을 들려준다.
과거 활동 토대로 전문성 확인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 중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 및 학업, 진로 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자 지망 학과와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이때 용어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그대로 베껴 작성한다면 진로계획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오 입학사정관은 “임 씨도 자기소개서에 컴퓨터 관련 전문 용어를 많이 썼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 그리드 스위치를 알아보면서 컴퓨터 정보보안가의 꿈을 꾸게 됐다’ ‘이미 취득한 시스코네트워크(CCNP) 자격증을 토대로 CCNP의 스위치와 라우터에 대해 보충 공부할 계획’이라고 작성한 것에서 보듯 자신의 과거 활동을 통해 전문 용어를 녹여냄으로써 그 진실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지망 학과의 전공적합성을 갖춘 학생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상실적보단 숫자 규칙 찾아내는 평소 관심에 주목
자기소개서의 ‘의미 있는 교내 교과 활동’ 답변으로 ‘수학 과목 교과 우수상’을 선택한 임 씨. 오 입학사정관은 “교과 우수상을 받은 것도 훌륭하지만 이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건 수학을 좋아해 혼자 공식을 만들어보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한 점”이라고 말했다. 로그 개념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규칙성을 찾아낸 성과를 보면서 수학에 흥미가 많은 학생이라 판단한 것.
오 입학사정관은 “최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증명하기 위해 교내 자기주도학습 수료증을 받은 사실을 내용으로 작성하는 지원자가 많지만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활동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임 씨처럼 평소의 관심을 보여주는 활동은 지원자만의 스토리가 되기 때문에 자기주도성뿐만 아니라 창의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짧게 준비한 ‘1등’보다는 꾸준한 열정에 눈길
숭실대 SSU미래인재전형 자기소개서에는 ‘교내 교과 활동’ ‘교내외 비교과 활동’을 2가지씩 작성해야 한다. 이때 많은 지원자가 교과 활동, 비교과 활동을 헷갈려 한다. 문항의 질문내용을 꼼꼼히 읽지 않아 답변 내용을 뒤바꿔 쓰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교내 교과활동’으로는 △교과수업 △교과 우수상 △교내 교과목 관련 대회 △방과후학교 교과활동 등의 활동을 적고, ‘교내외 비교과 활동’에는 △자치 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탐색 활동 △봉사 활동 등을 작성하면 효과적이라고 오 입학사정관은 조언했다.
오 입학사정관은 “일반적으로 교내 대회에서는 경험이 많은 3학년이 우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 역사상 최초로 3학년을 제치고 1학년인 저희 팀이 토론대회 우승을 했다’는 점에서 임 씨의 노력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전공적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지원 학과와 관련된 단기간의 스펙을 쌓는 것보다는 컴퓨터학부에 지원하는 임 씨가 토론대회 활동을 어필했던 것처럼 그 관련성은 조금 떨어져도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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