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한민족 피 흐르는데… ‘조선족’ 눈총 가슴 아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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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동포 성공신화 쓰는 가수 백청강

“조선족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어.”

가수 백청강 씨(24·사진)가 2011년 가수를 뽑는 MBC ‘위대한 탄생’의 중국 오디션에 참가할 때 조선족 어머니에게 처음 들은 말이었다. 백 씨는 조선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중국 국민이지만 한국말을 쓰고 외모도 다르지 않아 큰 차별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백 씨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대회에서 우승하며 스타가 됐다. 인터넷에 악플이 달리긴 했지만 자신감으로 극복해 나갔다.

하지만 조선족에 대한 편견은 줄곧 그를 짓눌렀다. 6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백 씨의 안색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백 씨는 최근 또 다른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모가 지난달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양꼬치 가게를 개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 씨를 비하하는 글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은 ‘조선족이 하는 가게라 인육으로 만든 양꼬치를 팔 거 같다’ ‘가게에 가면 나도 인육꼬치가 될까 무섭다’며 조선족을 멸시하는 비방을 퍼부었다.

백 씨는 이런 악성 댓글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가게를 개업하기 전부터 ‘가게를 열면 아들에게 비방이 쏟아지는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난 데뷔 때부터 악성 댓글에 시달려 적응이 됐지만 어머니가 걱정이다. 누리꾼이 가게를 욕한다는 걸 알게 되면 상처받을까 두렵다”며 고개를 떨궜다.

백 씨는 암 투병 중에도 보육원 벽화봉사와 기부활동을 해왔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산 탓에 고아를 보면 돕고 싶은 마음이 커 봉사를 시작했다. 특히 이런 작은 선행으로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백 씨는 이번 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는 “조선족이라는 편견을 깨는 게 참 힘든 것 같네요”라며 얼굴을 감쌌다. 백 씨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한국에 사는 게 꿈이다. ‘자녀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 생각이냐’고 묻자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이겨낼 수 있는 담대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악플을 다는 누리꾼에게 당부했다. “비록 조선족이지만 제 안엔 한민족의 피가 흐릅니다. 조선족을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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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청강#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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