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한라산 둘레길 1구간(무오법정사∼돈내코계곡)은 상큼한 숲 향기가 가득했다. 동백나무, 붉가시나무가 푸른빛을 발산하는 가운데 돈내코계곡 도착 직전 아름드리 삼나무 수백 그루가 베어진 현장이 나타났다. 빼곡한 나이테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족히 40∼60년생에 이른다. 목재 활용을 위해 산림법인 측이 벌채를 하고, 수송하기 쉽도록 길이 6∼8m 크기로 잘랐다. 삼나무가 베어진 자리에는 더이상 삼나무를 심지 않는다. 산림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삼나무, 해송 사라질 듯
광복 이후 대대적으로 인공 식재된 삼나무는 그동안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경제수종이었다. 감귤산업이 번성하기 시작한 1970∼1980년대에는 세찬 바람을 막는 방풍림으로 곳곳에 심었다. 울창한 삼나무 숲은 방향물질인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삼림욕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지만 봄철에 날리는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면서 애물단지로 변했다. 특히 삼나무는 다른 식물에 해로운 독성물질을 발산하는 특성 때문에 나무 아래에는 자생식물이 자라지 못해 종 다양성을 해치기도 한다.
소나무 종류인 해송은 광복 이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심었다. 제주지역 산림면적 8만8874km² 가운데 해송 면적은 18%인 1만6284km²를 차지한다. 단일 수종으로는 최대 규모이지만 재선충병 확산 때문에 산림당국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은 한번 발생하면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해송을 고사시킨다. 해마다 항공방제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잠복한 재선충까지 잡기는 버거워 보인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해송을 내년부터 2023년까지 자생을 제외하고 대부분 벌채한다는 구상이다.
○ 인공림 정책 변화
2000년을 전후해 인공조림보다는 숲 가꾸기 사업에 중점을 두면서 산림정책에 변화가 생겼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기간인 2008∼2017년에 조림은 408km²인 반면 숲 가꾸기는 7576km²에 이른다. 이는 휴식과 치유, 교육의 공간으로 숲의 가치가 급속히 높아진 점을 반영하고 있다. 숲은 기후협약 등에서 인정하는 탄소흡수원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대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산림정책을 추진하면서 삼나무, 해송 등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동백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종가시나무 등의 향토수종을 비롯해 생물자원으로 각광받는 황칠나무, 고로쇠나무 등을 심는다. 이들 수종을 중심으로 앞으로 내년부터 매년 4000km²의 숲 가꾸기 사업을 5년 동안 펼치고 한라산 둘레길 1구간 국유림에 피톤치드 발생량이 많은 편백나무로 대규모 ‘치유의 숲’을 조성한다. 서귀포시 표선면 붉은오름휴양림에 목재문화체험장을 2015년까지 만들어 베어낸 삼나무, 해송 등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도 고영복 녹지환경과장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인공림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산림정책이 변하고 있다”며 “동식물이 공생하면서 한편으로는 약용식물 재배 등으로 소득에도 기여하는 숲 가꾸기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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