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수 어린이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지켜야 할 컵라면의 나트륨 함량 기준을 올리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식약처는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는 나트륨 함량 기준을 현행 ‘600mg 이하’에서 ‘1000mg 이하’로 바꾸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현행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식품업계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이 인증 제도는 일반 제품보다 영양과 안전성이 우수한 식품을 정부가 인정한다는 뜻이다. 타르 색소, 합성보존료 등 첨가물 함량이 일반 제품보다 적게 들어간다.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도 적어야 한다. 인증을 받은 식품에는 ‘스마일 마크’가 부착된다.
식약처 안만호 부대변인은 “컵라면 1개당 나트륨 평균함량은 1400∼1500mg이다. 업체들은 나트륨을 600mg으로 낮추는 게 불가능하다며 어린이 기호식품 인증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나트륨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란 이야기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품질인증을 받은 어린이 기호식품 70여 건 중 컵라면은 단 한 품목밖에 없다. ‘싱거운 컵라면’을 콘셉트로 내세웠지만 인기를 끌지 못해 지금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식약처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치인 1000mg은 초등학생 연령대의 나트륨 1일 권장량 1500∼1800mg의 절반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식약처가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나트륨 기준을 완화해 라면의 맛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다른 재료나 향신료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식품연구소 부장은 “식약처가 제시한 새 기준치는 위험수준에 육박한다. 그런 식품을 정부가 안전하다고 인증한다는 것은 기업의 이해만 대변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27일까지 개정안에 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새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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