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이름에서 지명을 빼달라는 주민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한수원은 영광원전과 울진원전의 명칭을 각각 ‘한빛원전’과 ‘한울원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전남 영광군과 경북 울진군 주민들은 원전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지역특산품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며 명칭 변경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1994년 영광군 주민들은 바다낚시와 해수욕으로 유명한 원전 인근 ‘가마미해수욕장’에 관광객의 발길 끊겼다며 명칭 변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굴비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상인들은 “원전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굴비 매출이 크게 줄어든다”고 호소했다.
울진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민들은 원전 때문에 울진대게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관광객이 줄어든다며 반발했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진 데다 국내 원전이 잇달아 고장 나고 납품비리가 터지면서 주민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당초 한수원은 원전 이름을 바꿀 경우 국제기관에 통보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간판이나 홍보물을 바꾸려면 수억 원의 비용이 많이 든다며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주민들과의 상생(相生) 모델을 만들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수원은 최근 원전 소재 5개 지방자치단체(전남 영광군, 경북 울진군,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경주시)에 공문을 보내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이름을 공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수원은 공모된 이름 가운데 ‘한빛원전’ ‘한울원전’을 각각 영광원전과 울진원전의 새 이름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미 행정구역상 명칭이 바뀌어 원전 이름과 같지 않은 기장군 울주군 경주시 등은 명칭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
정기호 영광군수는 “원전이 처음 건설될 무렵 별 생각 없이 지역 이름을 붙여 썼지만 지역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서 “새 명칭으로 바뀌는 만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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