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서울 서초구청에 지난 1년간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코트 주말 예약자 명단을 요청해 얻은 답변이다. 기안-검토-결재 과정을 모두 거친 ‘공식 답변’이 이렇다.
본보는 지난달 19일 정보공개시스템 인터넷 홈페이지(www.open.go.kr)를 통해 서초구청에 해당 자료를 요청했다. 당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테니스코트를 이용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테니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코트가 부족한데 몇몇 유력 인사들이 편법으로 코트를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는 풍문이 돌았다. 잠원동 실내 코트는 도봉구 창동 실내 코트와 함께 서울 지역에서 ‘특혜 예약’ 의혹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6년 3월에는 잠원동 실내 테니스 코트 천장에서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상량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 테니스 동호인은 “함께 공 치는 분들하고 힘을 합쳐 예약을 하려 해도 코트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데 몇몇 유명 인사는 그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정보 공개 제도’는 1998년 1월 1일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시행하면서 시작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공공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잠원동 실내 코트는 구립(區立) 시설로 공공기관이다. 본보는 절차에 따라 정보 공개 의무가 있는 서초구청에 최근 1년간의 주말 예약자 명단을 요청했다.
정보공개법은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보도 개인 정보 보호 취지를 존중해 3일 “최소한의 신원 확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8일까지 아무 조치도 없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8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말은 1년 단위로 대관(貸館) 업무를 하고 있는데 필요한 자료는 모두 공개했다고 생각했다. 이름만 비공개 처리했을 뿐 명단 자체는 공개한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말과 비슷하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또 “원한다면 성씨는 밝힌 자료를 다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학교 테니스장은?
본보는 서초구청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에도 각급 학교 테니스 코트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몇몇 동호회에서 학교 테니스장을 ‘자기들 전용 코트’처럼 쓰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시교육청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학교에 있는 테니스 코트 327면 중 127면(38.8%)을 테니스 동호회에서 6개월 이상 임대해 써 개인 자격으로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한 명문고 테니스 코트를 그 학교 동문회에서 1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경우도 특혜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초구청과 달리 동호회 이름은 실명으로 공개했다.
정보공개법을 시행한 지 15년이 지나도록 잠원동 실내 코트를 주말에 이용하는 이들은 모두 ‘***’일 뿐이다. 만약 누군가가 특혜를 받고 있다면 그 ‘인물’은 서초구청 담당자밖에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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