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40초 동안 동문서답 老고객에 꼬박꼬박 친절하게 응대한 상담사
감정노동 고충 담긴 녹취파일 화제
“LG유플러스 상담사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우경이냐?” “LG유플러스입니다. 고객님” “불났어요?” “LG유플러스요. 고객님” “LG가 불났다고?”
3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금천구 LG유플러스 고객센터로 전화가 걸려 왔다. 노년 목소리의 여성은 대뜸 엉뚱한 사람 이름만 불렀다. 남성 상담원은 친절한 목소리로 “LG유플러스입니다”라고 반복해 답했지만 여성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상담원이 “고객센터입니다”라고 하자 여성은 “목욕탕이라고? 목욕탕에 불났다고?”라고 되묻기도 했다.
여성은 “시방 아줌마가… 아줌마예요? 아저씨예요?”라고 묻는가 하면, 자신이 전화를 걸어 놓고도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를 걸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하셨는데요”라고 설명하자 다시 “근데 어디에 불이 났느냐? 아저씨 번호는 무엇이냐”고 횡설수설했다.
통화시간 2분 40초 동안 상담원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답했다. 여성은 “불난 건 꺼졌어요? 거기가 어딘데요”라고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선 상담원이 답변하자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 통화 녹음 파일이 7일 인터넷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하루 종일 화제가 됐다. “배꼽 잡을 정도로 웃겼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감정노동자의 고충이 느껴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 파일은 LG유플러스 상담원끼리 공유하다가 외부로 흘러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 상담원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LG유플러스 상담원은 각자 하루 평균 80명 이상의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여성이 장난으로 전화를 건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나이가 많아 제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 같다”며 “고객의 불만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상담원은 끝까지 친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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