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장과 원도심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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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0일 03시 00분


스토리 있는 가옥 보존해 북촌같은 문화관광지로 바꾼다

송영길 인천시장(오른쪽)이 2일 100년 전 근대건축물이 몰려 있는 인천 중구 자유공원 일대의 게스트하우스 상우재를 찾았다. 그는 1월부터 원도심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도심권에 건립 중인 아시아경기대회 신축 경기장은 주민 복지시설의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인천시 제공
송영길 인천시장(오른쪽)이 2일 100년 전 근대건축물이 몰려 있는 인천 중구 자유공원 일대의 게스트하우스 상우재를 찾았다. 그는 1월부터 원도심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도심권에 건립 중인 아시아경기대회 신축 경기장은 주민 복지시설의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인천시 제공
‘좋은 벗들 찾아와 이야기꽃 피우고, 텃밭에 초목들 풀 향기 휘날리며, 날짐승 풀벌레들 함께 장단 맞추네.’

일제강점기인 70여 년 전에 지어진 단독주택 ‘상우재(尙友齋)’(인천 중구 송학동) 문패엔 이름 석자 대신 벗과 자연을 노래하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높은 축대 담장, 집과 마당으로 이어지는 19개 돌계단, 오밀조밀한 정원, 허름하지만 정감 넘치는 옛 가옥…. 일제 때 공립병원장이, 6·25전쟁 직후 미군 장교가 살았던 이 집은 지난해 5월게스트하우스로 바뀌었다.

2일 이 집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실행계획을 들어봤다. 7월부터 속속 완공되는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들이 대회 이후 주민을 위한 주요 문화생활체육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인데, 인천시는 원도심권의 이런 신축시설과 재단장 중인 옛 시설을 지역 특색에 맞게 재결합하는 각종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올해를 ‘원도심 활성화 원년의 해’로 삼고 있는 것. 송 시장은 1월부터 원도심 활성화 현장답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송 시장과 상우재에 들어서자 주인장 장민호(55) 우선희씨(53) 부부가 반갑게 맞았다. 현대기아자동차 엔진개발 연구원이었던 장 씨는 2년 전 이 집을 사들인 뒤 손수 리노베이션 공사를 했다. 콘크리트 바닥을 해체한 뒤 땅 속에 묻혀 있던 80개가량의 화강암 축대 돌을 정원석으로 재활용했으며, 마당이 잘 보일 수 있도록 거실 유리를 자르고 창문틀도 새로 짰다. 고교 2, 3년생 아들과 딸을 데리고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 온 이들 부부는 이미 ‘인천사람’이 다 돼있었다. 남편 장 씨는 100년 전 근대건축물이 즐비한 집 주변 여러 시설의 유래, 역사, 뒷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송 시장이 “근대가옥의 정취가 묻어나는 집인데, 손님이 많이 찾아 오느냐”고 묻자 장 씨는 “매달 한 차례 인천대와 인하대에 유학 온 외국학생 대상의 홈스테이를 하고 있으며, 일본 유럽 등지의 외국인들도 매달 20명 이상 자고 간다”고 말했다. 장 씨는 그러면서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개 하루 이상 머물기보다 당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천장을 고치다 미군 장교가 넣어둔 듯한 임진강 유역의 군사지도 여러 장을 발견하는가 하면, 게스트하우스를 문학전시관으로 등록한 얘기를 들려줬다. 송 시장은 인천 상식이 풍부한 데다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장 씨의 열정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근대개항지인 인천은 볼거리가 아주 많아요. 근대건축물이 가득한 중구는 사실 인천의 뿌리지요. 옛 창고를 예술촌으로 꾸민 인천아트플랫폼에 조만간 한국문학관이 문을 열고, 일본 요코하마 옛 건물에 쓰였던 벽돌과 똑같은 재질로 지어진 중구청은 그 자체로도 박물관입니다. 어느 관광지에서나 사람이 제일 중요한데, 장 선생님과 같이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분이 꼭 계셔야 합니다.”

송 시장은 다음 날 인천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는 ‘시정일기’에 상우재를 이렇게 소개했다. ‘갈수록 사라져가는 단독주택 중 역사가 있는 주택들을 보호 관리해야 한다. 전체 주택의 75%가 아파트나 연립주택인데 85%를 넘어서면 단독주택이 너무 귀해질 것 같다. 상우재 같은 스토리가 있는 가옥들은 더 그러하다.’

그는 4월 초에도 상우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각로 문화마을’(인천 남구 전도관)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출근했다. 이 문화마을에도 상우재 주변처럼 문화재로 등록된 100년 전 건축물이 즐비하다.

그는 이들 지역을 서울 북촌과 같은 역사문화관광지로 만들기로 했다. “중구 북성동, 인현동과 같이 주거환경이 열악한 옛 마을엔 주민들이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작업장 등 공동시설을 확대해줄 것입니다. 현지개량 방식을 도입해 생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요. 그렇지만 자유공원, 우각로와 같은 지역은 역사성을 살린 문화예술공동체 마을로 꼭 자리 잡도록 할 것입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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