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고장 난 냉장고나 세탁기, 구닥다리 TV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다. 대부분 새 제품을 구입하면서 배송 직원들에게 처리를 맡기거나 쉬는 날 큰맘 먹고 폐기물 배출 스티커를 구입해 직접 집 앞에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주요 대도시를 시작으로 전화 한 통화로 가전제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경기 등 전국 6개 시도에서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제’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제도는 일반 가정에서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신청하면 수거업체 직원들이 가정을 방문해 무상으로 폐가전제품을 가져가는 것이다. 적게는 3000원, 많게는 1만5000원에 이르는 배출스티커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힘들게 가전제품을 집 밖으로 옮길 필요가 없다.
지난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방문수거제를 시범 실시했을 때 약 9만5000건의 이용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당시에는 재활용업체가 수거비용을 냈지만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등 가전 4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향후 수거업체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금도 제조회사가 재활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제품 수거를 의무화하지 않아 대부분 지역의 영세 업체들이 처리했다.
방문수거제를 이용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www.edtd.co.kr)나 콜센터(1599-0903), 카카오톡(아이디 weec)에 예약 신청하면 된다. 수거 대상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대형TV 등 길이나 높이가 1m 이상의 대형 가전제품이다. 대형 제품 수거 때 컴퓨터 진공청소기 등 소형 제품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
서울은 4월부터 25개 구 전체에서 새로운 방문수거제를 시행 중이다. 부산의 경우 전 지역 참여가 확정됐으며 6월경 동시 실시를 위해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다. 광주는 7월 4개구(동구 서구 남구 광산구)에서 시작되고 북구는 참여 여부를 협의 중이다. 대전은 5월 20일경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대구는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경기지역에서는 6월부터 성남 안양시 등 7개 시에서, 7월 오산 이천시에서 시행된다.
이번에 실시 대상에서 빠진 지역은 해당 지자체와 기존 폐기물수거업체 사이의 계약기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계약이 끝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또 농어촌이나 섬 지역의 경우 특성에 맞춘 수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덕기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이 제도가 정착되면 연간 45만 대가량의 폐가전제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120억 원가량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고 350억 원의 재활용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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