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처럼 귀가 솔깃해지는 민간요법이 많다. 실제로 농어촌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민간요법을 쓰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가야산국립공원 및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주민 536명을 조사한 결과, 생물자원을 이용한 ‘전통지식’ 1775건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생물자원 활용과 이익 공유를 위한 ‘나고야 의정서’ 발효(2014년)를 앞두고 국내 전통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진행됐다.
가야산 일대에서는 중이염에 걸렸을 때 참매미의 탈피각(번데기 껍질)을 곱게 갈아 귀에 불어넣는 사례를 확인했다. 검은콩 등과 함께 참매미 탈피각을 달여 해열제로 쓰거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킬 때 이용하기도 했다. 참매미 탈피각은 실제 선퇴(蟬退)라는 이름의 한약재다. 한의원에서 해열을 위한 탕약 재료로 사용한다.
말벌이 신경통 치료제로 쓰이는 사례도 있었다. 여름에 잡은 말벌 30마리가량을 소주 1L에 넣어 ‘말벌주(酒)’를 담근 뒤 이듬해 가을에 먹는 것이다. 또 유충이 들어 있는 말벌집을 달여 먹으면 기관지 치료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꿩의 발을 처마 밑에 달아 말린 뒤 고아 먹으면 독감에 걸렸을 때 열을 내려준다며 가정상비약으로 취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의원에서 벌집을 약재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말벌, 꿩 발 등은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 한의원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를 거쳐 등급을 받은 약재만 쓸 수 있다. 김태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적은 양을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고농도의 약으로 먹기에는 부적합한 것이 많다”며 “약재로 쓰이는 것도 오남용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현창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이같이 조사된 전통방식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검증할 것”이라며 “효과가 확인되면 생물자원에 대한 지식재산권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에서 공인된 민간요법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느릅나무다. 느릅나무는 활엽수의 일종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주민들은 느릅나무 뿌리를 찧어 종기나 부스럼에 바르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는 느릅나무 껍질을 끓여 먹으면 소변이 잘 나오고 장염이나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다. 한의원에서도 유근피(楡根皮)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약재다.
같은 생물자원이라도 가야산과 한려해상 국립공원 일대에서 다르게 이용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한의학에서 우슬(牛膝)이라고 부르는 쇠무릎(잎이 소의 무릎처럼 생긴 식물)은 가야산 일대에선 감기 치료에 이용하는 반면 한려해상 일대에서는 신경통 약재로 이용하고 있었다. 산초나무의 경우 가야산 일대에서는 천식 치료제로, 한려해상 일대에서는 허리가 아플 때 술에 담가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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