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 은평구의 한 바둑 기원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씩씩거리며 상대방의 티셔츠에 붙은 카메라와 복대에 숨겨놓은 무전기를 떼어낸 사람은 내기바둑에서 총 1억400여만 원을 잃은 사업가 안모 씨(55)였다.
2011년 안 씨는 10년간 동네 친구로 지낸 이모 씨(54)의 제안으로 내기바둑에 발을 디뎠다. 기원 주인 임모 씨(54)도 “저기 ‘똥돼지’라는 사람이 당신이랑 급수도 비슷하니 한판 두라”고 부채질을 했다. 안 씨는 동네 고수인 7급이었다. 처음 몇 판을 져주던 ‘똥돼지’는 갑자기 고수로 돌변해 몇 시간 만에 850만 원을 따갔다. 나중에 경찰 조사 결과 ‘똥돼지’는 아마추어 최고수인 1급으로 드러났다.
이 바둑판은 이 씨 일당이 ‘돈이 많다’고 소문난 안 씨를 상대로 짠 사기극이었다. 이들 은 ‘쉽게 돈을 딸 수 있다’는 말로 꼬여 놓고 고수와 맞붙였다. 또 특수카메라와 무전기까지 동원해 바깥 차량에 대기 중이던 또 다른 고수에게 훈수를 두게도 했다. 안 씨는 일당의 말에 속아 지방 기원에서도 내기바둑을 두다 돈을 잃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이 씨와 기원 주인 임 씨, ‘바둑 고수’ 김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안 씨가 어느 순간만 되면 갑자기 돈을 잃는 게 수상해 유심히 살펴보다 카메라를 발견했다”며 “달아난 일당은 수배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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