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아들 결혼식 숨긴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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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3일 03시 00분


조용휘 사회부 기자
조용휘 사회부 기자
“여긴 어쩐 일입니까. 아무에게도 안 알렸는데….” 11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2층 카프리 룸 앞 복도. 기자와 마주친 허남식 부산시장은 말을 하기 무섭게 손사래를 치며 대기실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허 시장 아들(35)의 결혼식이 열린 이날 오후 이 호텔에서는 2건의 결혼식이 열렸다. 축하 화환에 예식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된 다른 예식실과 달리 허 시장 아들의 예식실 주변에는 안내판은커녕 화환 한 개 없었다. 축하객이라고는 대부분 친인척이었으며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허 시장이 아들 결혼식을 친인척들만 초청한 가운데 ‘극비리에’ 조촐히 치러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당초 허 시장은 결혼식장도 공공회관으로 잡았다가 사돈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호텔에서 하는 것만은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지인들과 동문에게는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부산시 간부와 비서진에게는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 기자도 5명을 거친 뒤에야 결혼식이 열린다는 얘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양가 친척과 신랑 신부 친구 등 모두 100여 명만 자리를 함께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물과 차 한 잔, 떡 한 접시가 결혼 음식의 전부였다.

예식은 신랑과 막역한 사이인 KBS 개그맨 김성규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때 영화배우였던 허 시장 아들은 현재 서울 모 대학에서 문화 관련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신부(33)는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허 시장과 의형제 관계인 사람의 중매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례를 맡은 서의택 부산대 석좌교수는 “가족공동체는 곧 운명공동체로, 사랑으로 모든 것을 초월해 빈 마음에 상대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나라 백낙천 시인의 ‘생위동실친 사위동혈진(生爲同室親 死爲同穴塵)―살아서는 한방에서 사랑하고, 죽어서는 한무덤에 묻히리라’는 시를 인용하며 행복한 부부가 되라고 당부했다.

안준태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호텔에서 열린 다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허 시장을 만나 그때서야 허 시장 아들의 결혼을 알게 됐다. 다른 일정 중에 결혼식을 알고 부랴부랴 찾은 서병수 이진복 국회의원, 김석조 부산시의회 의장, 설동근 동명대 총장이 하객이라면 하객이었다. 이들은 “결혼이란 게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아무리 그래도 결혼식이 너무 썰렁하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조용휘 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
#허남식 부산시장#아들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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