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달라” 애원하자 “잘가라, 나는 사형당하면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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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동네 주민을 절도신고자로 오해
흉기 가격후 숨 붙어있자 바다 빠뜨려

14년 전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신고한 사람이라고 착각해 60대 이웃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동해해양경찰서는 13일 살인 혐의로 김모 씨(57·무직)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7일 오전 10시경 이웃 주민 임모 씨(68·여·무직)를 동해시 묵호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한 뒤 오후 10시 45분경 흉기로 머리와 몸통을 10여 차례 가격했다. 이후 임 씨를 집 2층 계단에서 굴렸는데도 숨이 붙어 있자 리어카에 싣고 450m가량 떨어진 묵호항 부둣가로 끌고 가 리어카와 함께 임 씨를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했다. 바다에 빠진 임 씨가 의식을 차리고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김 씨는 “잘 가라. 나는 사형당하면 된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김 씨는 10여 년 전 뇌중풍(뇌졸중)을 앓은 뒤 왼쪽 다리가 불편해 임 씨를 신속하게 제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술을 많이 마시도록 해 취하게 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김 씨는 준비한 막걸리 5통 대부분을 임 씨가 마시도록 했다.

임 씨의 시신은 다음 날인 8일 오전 부둣가 바다에서 발견됐다. 해경은 시신에서 타살 흔적을 발견하고 현장을 탐문하던 중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김 씨를 발견했다. 수상히 여겨 김 씨를 쫓아간 경찰은 그의 집에서 범행 내용을 적은 공책을 발견했다. 공책에는 ‘7일 아침 10시∼밤 12시 막걸리 5통. 내 망치로 죽임. 임○○ 사망. 숨을 쉬고 있어 리어카에 실어 선착장에 밀어 넣음. 12시 10분쯤 앞에 앉아 담배 한 개비 피웠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당신이 임 씨를 알게 된 게 5년 전인데 어떻게 14년 전 사건을 신고했겠느냐’고 묻자 김 씨가 ‘주변 사람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아닌 것 같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1999년 절도 혐의로 10개월간 복역했다. 김 씨와 임 씨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채널A 영상]이웃 보복 살인 사건…살려달라 애원하던 피해자에 “잘 가라”
#살해#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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