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 간병 남편 “내가 죽고나면 어쩌나… 여보 함께 갑시다”
청송서 승용차 탄채 저수지 빠져 숨져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게 행복한 길이다.”
80대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함께 목숨을 끊었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진 남편이 치매를 앓는 아내가 홀로 남는 게 걱정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14일 경북 청송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20분경 “국골저수지(청송군 부남면)에 승용차 한 대가 빠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수심 3m의 저수지에 빠진 비스토 승용차를 인양했다. 차 안에서 남편 이모 씨(88)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 채모 씨(84)는 인양 과정에서 물 위로 떠올랐다.
이 씨 부부는 약 4km 떨어진 중기1리 마을 주민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자신의 방에 3형제인 자식들 앞으로 A4 용지 크기의 편지지 1장에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유서에서 “내가 죽고 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까 내가 운전할 때 같이 가기로 했다. 미안하다. 이제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고 적었다. 이어 “손자 ○○이 시험 볼 때가 된 것 같은데 내가 하늘에서 빌겠다. 제사는 3년만 지내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자식과 며느리, 손주들 이름을 꾹꾹 눌러쓴 뒤 “이 길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란 말을 남겼다.
이 씨는 4년 전 아내가 건강검진에서 치매 진단을 받고부터 힘들어한 것으로 보인다. 아내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집에서 약물치료를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악화됐다. 특히 저녁 때 증상이 악화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이 씨가 늘 곁에서 챙겼다. 사과농장에서 같이 살아온 막내아들 부부가 간병을 도우려 했지만 아버지는 한사코 거부했다. 이 씨가 아내를 간호하는 방 안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한 주민은 “이 씨가 책임감이 강해 나이 들어 자식에게도 폐를 끼치기 싫어했다. 과수원을 같이 하며 금실이 참 좋았는데… 최근 많이 힘들었는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씨는 수년 전부터 기력이 떨어지자 농장 일을 아들에게 모두 맡겼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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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5 05:46:53
이렇게 아름답게 살다가 떠나야 하는게 인생인데 윤가놈이란 싸가지 없는 자식은 마누라, 가족, 사회와 우방에까지 더러운 꼴을 보여놓고 나 잘났네~ 조용히 떠나거라! 속죄하는 마음으로------
2013-05-15 09:54:48
두분에 대해 명복을 빕니다.누가 오래 살고 싶지 않겠습니까... 자식들 짐될까봐 이런 선택을 하신데 대해 안타까운 현실인것 같습니다..우리 사회가 치매 환자들이 많습니다..그리고 힘듭니다. 이런 분야에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방안을 강구해 보았으면 합니다..의료기술이
2013-05-15 08:46:53
아버님! 어머님! 고통없는곳에서 편히 쉬세요. 그동안 낳아주고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