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 날… 이기동 成大대학원장 - 제자인 퇴계 종손 이치억 박사의 만남
잘못된 가르침 주지 않았나 늘 걱정… 퇴계선생에게서 ‘스승의 禮’ 배워야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면 전국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스승의 은혜’.
유학(儒學) 현대화의 선구자 이기동 성균관대 대학원장(62)은 20여 년 동안 제자들이 자신을 위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한사코 만류했다. 바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란 구절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1월 이 원장이 먼저 제자들에게 이 노래를 권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원장과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 학생 20여 명은 논문 발표회를 겸해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을 찾았다. 일행은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 선생의 위패를 모신 서원 내 상덕사(尙德祠)에서 고유제를 올렸다. 이 원장은 “퇴계 선생 정도는 돼야 스승이라 불릴 만하다. 오늘은 스승의 은혜를 불러도 좋다”고 했다. 서원 사람들도 노래를 흔쾌히 허락했다. 제자들은 노래를 합창했고 서원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대학원생 중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인 이치억 박사(38)도 있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이 원장과 제자 이 박사가 만났다. 이 박사는 2002년 대학원에 입학해 이 원장을 만났다. 그는 스승인 이 원장의 가르침 아래 퇴계 철학을 연구해 2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원장은 “스승의 은혜가 하늘처럼 높다고 하는데 과연 내가 노래를 들을 자격이 있는지 늘 반성해 왔다”고 입을 열었다. 이 박사는 스승이 없는 자리에서 “제자인 나는 이 원장님이 가장 닮고 싶은 스승이지만 스스로는 스승이라 하지 않으신다”고 전했다.
스승이 ‘갑’이 돼 제자를 ‘을’처럼 부리고, 한편에선 교권이 추락해 제자가 스승에게 막말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현실. 이 원장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스승의 탈’을 쓴 스승에게 물었다. 학생의 이름도 모른 채 성적으로 제자를 평가하고 지식만 전수하는 스승들이다.
해법은 제자를 자식처럼 아꼈던 퇴계 선생에게서 찾았다. 이 원장은 “부모가 자녀의 행복을 바라듯 스승도 제자가 행복하기부터 기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도 “퇴계 선생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제자에게 잘못된 견해를 전달한 적은 없는지 걱정했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제지간이 부모 자식처럼 돈독해지면 ‘갑을 관계’로 변질될 수 없다고 한다. 이 원장은 “부모 자식이 갑을 관계가 될 수 없듯이 스승이 제자를 자식처럼 여기면 갑이 될 수 없다”며 “제자는 급한 일이 생기면 스승에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가고 폐를 끼쳐도 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스승의 날에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고민한다. 이 박사는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이 박사는 “스승에게 선물을 안 드린 지 오래됐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스승에게 큰 선물”이라며 살짝 웃었다. 이 원장은 “제자가 진리를 꿰뚫는 질문을 할 때 그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퇴계 선생의 업적을 계속 연구해 우리 현실에 맞는 교육철학과 인성교육 방안을 만들어 낼 꿈을 꾸고 있다. 일반인에게 퇴계 사상을 가르치는 ‘퇴계 스쿨’ 설립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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