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복원된 남한산성 행궁(위)이 최근 새로운 전통문화 체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행궁 일장각에서 열린 국악 공연
‘일장풍류’에서 국악팝오케스트라 여민의 프로젝트 락(樂) 팀이 판소리 춘향전의 사랑가를 부르고 있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제공
11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행궁 정문인 한남루를 지나 외행전으로 들어서자 힘찬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조선시대 전통 군사 복장을 한 무사들이 칼과 창을 휘두르며 무예를 선보이고 있었다. 조선 후기 중앙 5군영의 하나로 남한산성에 주둔했던 수어청 군사들을 소재로 한 ‘으라차차 수어청’ 공연이 펼쳐진 것. 무예18기 보존회가 사도세자와 정조 때 무사인 백동수 등을 등장시켜 꾸민 전통 무예극이다.
외행전 대청마루와 앞터에서 가족 단위 관람객 100여 명이 공연을 지켜봤다. 공연이 끝나자 연기자들의 복장과 모자 등을 빌려 입고 배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남한산성이 지난해 5월 복원된 행궁을 무대 삼아 전통문화 종합 체험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지난달부터 행궁 일대에서 다양한 상설공연과 전시회,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외행전 바로 위의 일장각에서는 전통 국악음악회가 열렸다.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빵긋빵긋 웃어라, 아장아장 걸어라.” 친숙한 춘향전 사랑가가 나오자 관람객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신나는 방아타령 순서에서는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국악팝오케스트라 여민의 대금 가야금 해금 피리 어쿠스틱기타 퍼커션 등 연주자 6명과 가수 1명의 공연도 호응이 좋았다.
행궁에는 주말이면 작은 도서관과 왕실복장을 체험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도서관은 남한산초등학교 어머니들이 돌아가며 관리를 한다. 이날 당번 정은미 씨(42·여)는 “아이도 책 읽기를 좋아해 1년 넘게 하고 있다”며 “산성을 둘러보다 지친 아이들과 쉬기 딱 좋다”고 소개했다. 옆에 있는 왕실의 패션 코너에선 임금 중전 세자 공주 신하 상궁 포도대장 등 옷을 관람객이 입어볼 수 있다.
외삼문에는 행궁설명 안내 전시관이 있어 상세한 행궁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좌승당에는 조선시대 이 지역 관리(광주유수)들이 지은 한시도 전시되고 있다. 행궁 매표소 일대 전통공원에서는 19세기 말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100년간의 남한산성 모습과 산성리 주민들의 삶이 담긴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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