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넷 예매업자 임모 씨(35)는 ‘기막힌 사업’을 구상했다. 회원가입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쇼핑, 영화예매 사이트에 무더기로 가입한 뒤 이를 모아 큰돈을 벌겠다는 꿍꿍이였다. 임 씨는 2010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17만 개를 구입했다. 해킹 등으로 유출된 주민번호를 개당 1원 정도에 산 것이다.
그는 2011년 3월부터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남의 주민번호로 각종 사이트에 가입했다. 하루 종일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사이버 막노동’이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중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지만 동업자인 김모 씨(32)와 전모 씨(32)는 클릭을 멈추지 않았다.
임 씨는 회원가입 기념으로 2000원짜리 할인쿠폰을 받으면 여기에 자기 돈 5000원을 더해 7000원짜리 영화표를 산 뒤 이를 인터넷에서 5500원에 팔아 돈을 챙기는 방식의 수법을 썼다. 이렇게 손품을 팔아 1년여 만에 2억4000만 원에 달하는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번거로운 인터넷 회원가입 절차를 수만 번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인다.
임 씨의 범행은 2011년 12월 명의가 도용된 것을 알아챈 20대 여성의 신고로 들통 났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해 5월 임 씨 일당을 붙잡아 몇 명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어떤 사이트에 가입했는지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년여 동안 조사한 결과 일단 9개 사이트에서 5만4000여 명의 명의가 도용된 사실을 파악하고 16일 임 씨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동업자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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