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종교나 다름없는 현대의학 비판은 내 운명”

  • 주간동아
  • 입력 2013년 5월 1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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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의약계에 거침없이 하이킥 날리는 저술가 허현회

‘술, 담배, 섹스를 마음껏 즐겨라!’ ‘비타민 등 영양보충제는 당장 끊어라!’ ‘열과 염증, 감염을 두려워하지 마라!’…. 의사들이 들으면 경을 칠 소리다.

그런데 이 사람 허현회(52) 씨는 다르다. 그에 따르면, 천연 알코올은 인체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약이다. 고혈압, 심장병, 당뇨, 간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낸단다. 단, 희석식 소주처럼 수십 가지 첨가물이 든 건 예외다. 천연 니코틴 역시 인체 대사를 활성화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일반 의사들의 말과 달리, 섹스로 인해 자궁경부암이 발병하는 건 아니다. 콘돔, 질 세정제, 내장형 생리대 등이 자궁경부암의 진짜 원인이란다. 실험실과 공장에서 합성한 비타민, 칼슘, 코엔자임 등도 안 먹느니만 못 하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해열제, 소염제, 항생제를 처방받는 일도 멈추란다. 적당한 감염은 인체가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걸 돕기 때문이란다.

각종 의학 서적·논문 등 토대로 책 써


4월 16일 출간한 허씨의 세 번째 저서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맛있는책)는 이처럼 우리 의학상식을 뒤엎는 도발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1쇄본 5000부가 동났고, 현재 2쇄본을 판매 중이다. 독자 반응도 좋다. 그의 트위터엔 갑(의사)을 불신하면서도 전문 의학지식이 없어 끙끙대며 속앓이만 해왔던 을(환자)의 호평이 잇따른다. 전화로 자신의 사연을 상담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허씨는 의료인도 의학자도 아니다. 과학자도 아니다. 전문가에 비해 신뢰도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언제나 공격당하는 쪽의 거센 반박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그는 여유작작하다. 각종 의학 논문 및 전문서적, 의학 저널 등 방대한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삼아 꼼꼼한 취재와 추적, 고증을 바탕으로 책을 썼기 때문.

“블로그와 트위터에 글을 자주 올리는데, 저더러 ‘정신병자’ ‘사기꾼’이라고 비방하는 악성 댓글이 많아요. 대부분 의사들로 추정되는데, 이는 어차피 출간 전부터 예견했던 겁니다. 저는 우리가 신봉하다시피 하는 기존 건강상식이란 게 거대 산업계와 기업, 주류 의사들에 의해 조작된 허구임을 밝히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책 내용에 대해 논리적, 학문적으로 반박하는 댓글은 없네요.”

허씨의 명함엔 성경 구절을 각색한 ‘진실을 알지니, 진실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구와 함께 ‘작가’라는 직업이 병기돼 있다. 그가 이런 ‘진실 탐구’ 길로 들어서 작가임을 자처하게 된 건 오롯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말 그대로 저는 ‘인간 종합병원’이었어요. 병을 달고 살았죠. 14세 때 신문 배달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후 약 부작용을 끊임없이 겪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과 오십견도 생겼고요. 빈혈과 신부전증에도 시달렸죠. 그런데 치료받을수록 건강은 더 악화됐고 새로운 질병이 추가됐습니다. 44세 땐 간암 초기 증상까지 생겼는데, 이때 현대의학의 허구성을 자각하고 의학 논문과 전문서적을 샅샅이 훑었어요. 병원 문을 나설 땐 모든 약을 버렸습니다. 이후론 병원에도 안 가고 약도 안 먹어요.”

수많은 질병과 싸우며 병원을 순례해야 했던 경험은 현대의학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결론으로 그를 이끌었다. 현대의학은 교통사고나 심장마비 같은 응급상황엔 적합해도 만성질환이나 생활습관병 치료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약과 가공식품을 끊자 병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그의 몸은 회복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중고교를 다니지 못했던 것도 집필 동기에 한몫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독학 시절, 목장과 양계장 등지에서 일하며 그는 소, 돼지, 닭에 산유·산란 촉진제 명목으로 투여하는 항생제와 합성 성장호르몬제의 실체를 알게 된 것.

성균관대 법학과(82학번) 출신인 허씨는 원래 졸업 후 서울의 한 신문사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1992년 그만뒀다. 당시 인사부 소속 정규직원이던 그는 전 직원의 10%가량이던 ‘임시직’(지금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와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개혁안을 만들어 인사부장과 총무국장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들이 듣지 않자 사장을 직접 찾아갔고 결국 이사회 소집을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그 대신 그는 ‘위계의 먹이사슬’을 깼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갑으로서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차등 대우를 받는 을을 도운 죄(?)랄까.

이후 그는 인천지역 한 시민단체와 정당 등에서 활동했다. 생계는 그의 부인(51)이 식당을 차려 꾸렸다. 식당 일을 거드는 틈틈이 그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책 3권을 동시에 집필하기 시작한 것.

“불편한 진실 파헤쳐 ‘젠틀 甲’ 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지난 뒤 지난해 5월 내놓은 허씨의 첫 번째 책은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부의 제국 록펠러 재단의 진실’(시대의창). 담배 공포, 에이즈, 광우병, 아스파탐, 암치료, 식품첨가물, 녹색혁명의 실체 등과 이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록펠러 재단의 숨겨진 얘기를 다룬 논픽션이다.

이어 같은 해 9월 내놓은 두 번째 책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맛있는책)는 현재 10쇄를 찍을 만큼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혈압, 당뇨, 우울증, 암, 골다공증, 비만, 신장이식수술, 호르몬대체요법, 백신, 심장질환, 콜레스테롤, 조기검진 등과 관련한 허구를 파헤친 이 책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대의학이라는 신흥종교가 무지와 탐욕에 젖은 주류 의사들을 앞세워 저지르는 악행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다. 이 책의 출간은 17개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가능했다.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출판사들이 지레 겁을 먹은 것.

현재 집필 중인 네 번째 저서의 가제는 ‘악마가 전해준 지팡이’. 화장품, 식품첨가제, 생수, 건축자재, 의류, 가구 등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낱낱이 까발리는 내용이다. 9월쯤 출간 예정이다. 다섯 번째 책의 주제는 반려동물 치료와 관련한 내용이라고.

“일각에선 ‘의료 불신’을 파는 건강 관련 서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죠.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주류 세계가 숨기려는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제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대다수 의사는 전통요법을 부정하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류 역사와 함께해오며 몸으로 검증해낸 치료법입니다. 침과 뜸, 약초, 가공하지 않은 천연 음식으로 면역력을 키워야 합성첨가물에 찌든 몸을 구할 수 있습니다. 멀쩡한 정상인도 종합건강검진만 받고 나면 환자로 규정되는 과잉진료 시대 아닌가요?”

을 처지에서 갑을 공박하는 내용의 글을 거침없이 쓰기란 여간한 배포나 용기 없인 힘든 일일 터.

“두 번째 책을 낸 직후 아내와 딸아들을 불러놓고 말했습니다. ‘누군가에게 테러를 당해 자살이나 교통사고로 위장 처리될 수도 있으니 그리 알아라. 그래도 난 계속할 것이다. 이 일에 내 인생을 걸었다.’ 저는 가능하다면, 자원하는 동일한 생활습관병 환자를 현대의학과 전통의학 치료 대조군으로 나눠 각기 1년간 치료한 후 5년간 예후를 지켜보고 6년째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을 제게 악성 댓글을 다는 의사들에게 제안합니다. 만일 현대의학의 치료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땐 제 저작권료 전액을 아무런 조건 없이 현대의학 연구를 위해 내놓겠다고요. 한 달 간격으로 이런 글을 제 트위터에 올려도 답이 없네요(웃음).”

허씨는 주류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 세상의 모든 갑이 ‘젠틀 갑’이 될 때까지. 그에게 주류사회 핵심 구성원은 이른바 ‘갑질’(위계가 높음을 이용한 부당행위)을 일삼던 ‘라면 상무’ ‘빵 회장’이나 마찬가지기에.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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