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아쿠아리스트 용해진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 김승조 항우연 원장과 고동혁 군·김민서 양
“기초가 튼튼해야 창의성도 생긴답니다”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김승조 원장(가운데)을 만난 서울구로초 6학년 고동혁 군(왼쪽)과 서울불암초 4학년 김민서 양.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김승조 원장(가운데)을 만난 서울구로초 6학년 고동혁 군(왼쪽)과 서울불암초 4학년 김민서 양.
항공우주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꿈이 올해 1월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의 성공으로 더욱 부풀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2040년까지 우주플랫폼(우주정거장)을 설치하고 이곳을 오가는 유인 우주비행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힌 상황.

한국의 항공우주기술을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 항우연의 수장 김승조 원장을 최근 서울의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는 초등생 두 명이 만났다. 남부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고동혁 군(12·서울 구로초 6)은 미래의 항공우주과학자를 꿈꾸는 인재.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김민서 양(10·서울 불암초 4)은 북부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두 초등생은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항우연에서 김 원장을 만난 뒤 항우연의 첨단 시설들을 직접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로호 마지막 기회 “부담 컸지만 기쁨 두 배”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고 군은 먼저 나로호에 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항우연은 나로호 발사를 주관했던 곳.

김 원장이 항우연 원장으로 부임한 2011년 6월에는 나로호 발사가 두 번 실패한 뒤 단 한 번의 기회만 남았던 상황이었다.

김 원장은 “뜨거운 관심을 갖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사에 성공한 뒤 우리나라 우주과학 기술이 한 단계 높아지고 우주과학 강국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됐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최근 밝힌 우주플랫폼 설치는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 김 원장은 “인공위성보다 훨씬 큰 우주정거장, 우주공장, 태양광발전소 등을 우주 공간으로 옮기려면 이것들을 이동시킬 로켓의 발사 기술이 관건”이라며 “2018년 발사가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KSLV-Ⅱ·국내 기술로 만든 첫 우주로켓)의 성능을 발전시켜서 우주 공간으로 큰 구조물들을 운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난했지만 과학 좋아했던 어린 시절

김 원장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 결국 김 원장은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경북 구미시에 있는 외가에서 농사일을 도왔다.

1년 뒤 겨우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입학시험이 2주밖에 남지 않아 문제집을 통째로 외워 시험을 봐 합격할 수 있었다고. 김 원장은 “한 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중학교 3년 내내 용돈과 학비를 스스로 벌어 공부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다. 김 원장은 명문인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에 차례로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미국 텍사스대 기계항공공학과 석·박사,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등을 거치며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 최고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초가 튼튼해야 창의성도 생깁니다. 수학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세요. 과학관이나 연구원을 직접 찾고 다양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좋습니다.”(김 원장)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용해진 아쿠아리스트와 정민규 군·김다옴 양
“누군가를 돌보려면 자기 몸부터 건강해야죠”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아쿠아리스트 용해진 씨(가운데)를 만난 경기 정천초 5학년 정민규 군(왼쪽)과 경기 김포운양초 3학년 김다옴 양.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아쿠아리스트 용해진 씨(가운데)를 만난 경기 정천초 5학년 정민규 군(왼쪽)과 경기 김포운양초 3학년 김다옴 양.

“뽀로로다, 뽀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어린이들이 수족관 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어린이들이 ‘뽀로로’라고 부른 것은 뒤뚱뒤뚱 얼음판 위를 걷는 ‘펭귄’.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아쿠아리스트인 용해진 씨(32·여)는 “어린이들에게 뽀로로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펭귄의 인기가 높아졌다”면서 웃었다.

남극의 신사 ‘펭귄’과 함께하는 아쿠아리스트의 생활은 어떨까? 정민규 군(경기 수원시 정천초 5)과 김다옴 양(경기 김포시 김포운양초 3)이 최근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용 씨를 만나 아쿠아리스트의 세계를 체험해보았다.

‘아쿠아리스트의 24시’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함께 수족관으로 풍덩∼!

펭귄과 함께하는 24시

아쿠아리스트는 아쿠아리움에서 일하면서 물고기, 펭귄, 물범처럼 물에서 사는 생물을 관리하는 사육사다. 담당하는 수중 생물이 밥은 잘 먹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배변은 잘 했는지를 하루 종일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에게 각 생물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늘 분주하다.

용 씨는 “호기심 많은 펭귄은 엉뚱한 매력이 잘 드러나게 하고, 색이 화려한 물고기는 그 색깔이 더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중 생물이 가진 습성을 살리면서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처럼 말을 건네요

펭귄은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생물이다. 원래 펭귄이 없었던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2007년 처음 펭귄을 들여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용 씨.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펭귄은 모두 39마리가 됐다.

용 씨는 “맨 처음에 어떤 종류의 펭귄을 데려올지 결정하고, 펭귄이 사는 수조를 꾸미는 것까지 제 손을 거쳤기 때문에 펭귄에 대한 애착이 크다. 꼭 내가 아기를 낳아 기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 군이 펭귄과 친해지는 법에 대해 물었다.

“하루 24시간 중 절반은 펭귄과 같이 있어요. 펭귄에게 먹이를 주고, 수족관을 청소할 때 ‘왜 밥을 안 먹어, 어디 아프니?’ ‘오늘 기분은 어때?’ ‘오늘은 왜 친구들이랑 안 놀아?’ 이렇게 친구처럼 말을 걸어요. 펭귄은 말을 못하지만 펭귄을 좋아하는 제 마음은 그대로 전해져 친해진답니다.”(용 씨)

거친 손, 악수할 때 창피해요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라는 김 양의 질문에 용 씨는 상처투성이가 된 팔을 보여줬다. 용 씨의 팔에 생긴 상처는 날카로운 펭귄 부리에 찍혀서 생긴 것이다. 용 씨는 “악수를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 항상 손에 물을 대고 있다 보니 손이 아주 거칠기 때문”이라면서 “거기에다 펭귄은 아스퍼질러스라는 곰팡이균에 엄청 민감해서 자주 소독을 하기 때문에 내가 지나가면 주위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용 씨는 아쿠아리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자질을 꼽았다. 튼튼한 체력,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수중 생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바로 그것.

“아쿠아리스트가 되려면 건강하고 튼튼해야 해요.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항상 무거운 물, 먹이 양동이를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거든요. 누군가를 돌보려면 자기 몸부터 스스로 챙기고 건강을 관리해야겠죠?”(용 씨)

글·사진 이비치 기자 ql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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