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갑문을 통과한 한 유람선이 인천 서구 경서동 경인아라뱃길을 운항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개통 1주년을 맞아 25일∼6월 2일 아라문화축제를 연다. 동아일보DB
정부가 2조2500억여 원을 들여 지난해 완공한 경인아라뱃길(길이 18km·인천 서구 경서동∼서울 강서구 개화동)이 25일로 개통 1주년을 맞는다. 서해와 한강을 잇는 국내 최초의 내륙 뱃길인 아라뱃길은 당초 사업목표 중 하나인 홍수 예방에선 합격점을 받았지만 물류 운송 및 관광·레저 기능은 당초 예상 목표를 크게 밑돌고 있다.
○ 텅 빈 야적장
20일 아라뱃길을 조성한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아라뱃길을 통해 1년간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만6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상한 컨테이너 물동량(29만4000TEU)과 비교하면 8.9%에 불과하다. 일반화물도 예상치의 15% 수준인 13만2000t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아라뱃길 내 경인항의 인천, 김포터미널은 각각 9개 선석(배 1척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단위)을 갖추고 있지만 정기노선은 중국 칭다오(靑島)와 톈진(天津)을 주 1회 오가는 컨테이너 항로 1개뿐이어서 사실상 부두가 텅 비어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경인항을 찾는 선박의 입·출항료와 정박료를 모두 면제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화주들은 외면하고 있다. 인근에 대규모 제조업체 등이 없고 주변에 인천항(내항, 북항, 남항)이 있기 때문에 굳이 두세 시간 더 걸리는 아라뱃길을 통과해 경인항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관광객도 없어
아라뱃길을 찾은 관광객도 KDI의 예상치(59만9000명)를 크게 밑돌고 있다. 현재까지 4개 항로를 운항하는 유람선을 이용한 승객은 33만여 명에 불과하다. 관광객이 없다 보니 여객선 운항이 예고 없이 중단되기도 하고, 김포터미널의 2층 화장실은 자재창고로 사용될 정도다. 유람선의 요금(편도)이 1만60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볼거리가 다양하지 않아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있다.
수질이 나쁜 것도 문제다. 1월 아라뱃길에서는 100mL당 2만750마리의 총대장균군(群)이 검출됐다. 하천에서 물놀이할 수 있는 수질인 2급수 기준(100mL당 1000마리 이하)을 초과한 것. 또 일부 구간에서는 악취가 풍긴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수도권매립지의 침출수가 아라뱃길로 흘러들어 악취와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대책은 없나
수자원공사는 물류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화물 유치에 힘쓰고 있다. 6월까지 경인항과 중국 다롄(大連) 항을 잇는 화물선 항로 개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중국 톈진에서 경인항을 홍보하는 사업설명회를 열고, 육상운송이 어려운 발전설비와 교량상판 등 대형 화물의 유치 마케팅을 강화한다.
관광·레저객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아라뱃길 내 중간선착장에서 유람선의 접안이 가능하도록 승·하선 시설을 설치하고 유람선 노선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테마꽃길과 조각공원 같은 볼거리를 늘리고 아라뱃길 인근 국립생물자원관과 수도권매립지 화훼단지 등을 둘러보는 관광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수도권매립지 침출처리수 유입을 차단하는 시설을 74곳에, 수중에 산소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8곳에 각각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5년 뒤면 정상적인 항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우선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개통 1주년을 맞아 카누마라톤대회(25일), 자전거대축전(26일), 요트대회(6월1, 2일) 등을 여는 아라문화축제를 개최한다. 홈페이지(www.giwaterway.kr) 032-590-2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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