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영수증 16자리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2장만 합치면 16개숫자 카드번호 고스란히 노출

권고 사항과 달리 카드 번호 끝자리 숫자 4개를 가린 영수증(위)과 카드 번호 16자리가 모두 노출된 영수증(아래). 카드 번호가 모두 노출된 영수증도 유효기간은 별(*)표로 처리돼 있다.
권고 사항과 달리 카드 번호 끝자리 숫자 4개를 가린 영수증(위)과 카드 번호 16자리가 모두 노출된 영수증(아래). 카드 번호가 모두 노출된 영수증도 유효기간은 별(*)표로 처리돼 있다.
직장인 김모 씨(43)는 최근 모아둔 신용카드 영수증을 버리려다가 깜짝 놀랐다. 영수증에 찍힌 카드 번호의 일부를 별(*)표 처리해 가려주는 마스킹 처리 방식이 제각각이라 2장의 영수증을 합치면 자신의 카드 번호 16자리를 모두 알 수 있었기 때문. 평소 개인정보 노출에 민감해 영수증을 모아두었다가 파쇄해서 버렸던 김 씨는 당혹스러웠다. 영수증 몇 장만 무심코 버리면 카드 번호가 노출돼 카드 도용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 박모 씨(31)도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카페에서 결제를 하고 받아든 영수증에 자신의 카드 번호 16자리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던 것. 박 씨는 “원래 영수증에 찍히는 카드 번호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막상 16자리가 다 나온 영수증을 받아 보니 찜찜하다”고 말했다.

영수증마다 카드 번호 마스킹 처리가 다른 것은 법으로 정해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는 2008년 카드 번호 16자리 중 ‘서드 레인지(third range)’라고 불리는 9∼12번째 자리를 가리도록 자체 권고사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카드 단말기 제조업체에 따라 9∼12번째 숫자 대신에 다른 숫자를 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약품으로 숫자를 지워버리는 캣단말기와 달리 숫자를 별표로 표시하는 방식인 포스단말기의 경우에는 제조업체가 자의적으로 별표의 위치를 정할 수 있다. 일부 포스단말기 제조업체는 숫자를 지우는 기능을 설정하지 않은 채 제품을 판매한다.

문제는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만 알면 TV 홈쇼핑 등에서 전화주문 결제가 가능해 카드 도용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카드 번호와 달리 유효기간은 마스킹 처리를 하도록 하는 권고사항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카드 단말기 제조사는 유효기간을 마스킹 처리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유효기간이 그대로 표시되는 단말기도 존재한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 영수증을 함부로 버리다가 이를 악용한 도용 피해에 노출될 수 있으니 영수증 처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만 개가 넘는 전국 카드 가맹점의 포스단말기 설치까지 일일이 통제할 수 없고 단말기 제조사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따로 관리 감독할 권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수백 개에 이르는 카드 단말기 제조사를 관리 감독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만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카드 번호는 중요한 개인 금융정보에 해당한다”며 “예방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의무적으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애진·박희창 기자 jaj@donga.com

[채널A 영상]신용카드 사용 들여다보니…강남은 ‘병원’, 명동은 ‘밥’
#카드번호#영수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13-05-21 08:09:02

    광주사태 북한군 개입설은 수년전부터 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한건데 조사도 안하고 묵살하면서 그걸 방송할 경우 종편 취소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나라.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언론의 자유는 없고 언론탄압이 군사정권보다 더 심하고 극악무도하다. 빨갱이 천국?

  • 2013-05-21 09:30:03

    전라도를 대표하는 민주당과 교주 김대중이 대북비밀송금 간첩짓을 한걸 보면 광주사태도 다시 조명해야한다. 전라도 사람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종북 인민민주주의가 아닌가 토론이 필요한거다.

  • 2013-05-21 14:23:50

    저런 개인적인 것은 법으로 딱 정해놔서 혹시나 있지 모를 손해를 미리 방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런 일도 있다는 것이 놀랍네요.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