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쪽에서 국도 44호선을 따라 강원 홍천군 홍천읍에 들어서다 보면 ‘화로구이촌’을 만난다. 20개 업소가 밀집한 화로구이촌은 설악산 가는 길목에 위치한 데다 양념 맛이 독특해 전국에 소문난 곳. 주말과 휴일이면 주요 업소 주차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나 쉴 새 없이 고기가 구워지면서 각 업소의 굴뚝에선 끊임없이 연기가 배출된다. 테이블에서 빨아들인 연기가 업소 굴뚝을 통해 한꺼번에 배출되는 것. 연기와 함께 발생하는 냄새도 독하다. 화로구이촌의 주 메뉴가 고추장 양념 삼겹살이어서 양념과 고기가 섞여 타는 냄새가 이 일대를 가득 메운다.
화로구이촌 연기와 냄새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지역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연기와 냄새로 생활에 불편을 준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 화로구이 1인분이 200g 정도고 연간 방문객이 40만 명가량임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8만 t의 고기가 구워지면서 연기와 냄새를 발생시킨다. 이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의 맛을 알리는 먹을거리의 부산물이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미관을 해치고 건강을 위협하는 민원거리가 된 것이다.
홍천군은 최근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연기와 악취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공법 및 시설을 찾았다. 전기 집진과 흡착을 이용한 일체형 백연(白煙) 및 악취 처리장치로 분당 610m³의 연기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홍천군은 7월 시설 공사가 마무리되면 냄새 해소는 물론이고 연기도 육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홍천군은 23일 화로구이촌에서 규모가 큰 3개 업소 대표와 ‘화로숯불구이 악취 방지 저감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협약식’을 하고 이달에 본격적인 공사에 나서기로 했다. 국비와 군비가 각각 1억5000만 원, 업소 자부담 6000만 원 등 총 3억60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최승석 홍천군 환경위생과 주무관은 “생활 악취로 인한 민원 해소는 물론이고 지역 대표 음식의 관광상품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군과 협약을 한 양지말화로구이 전명준 대표는 “주민 민원이 해결돼 다행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관광객을 맞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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