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스위스銀관계자 만나 비밀계좌 개설문제 직접 협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檢, 2007년경 비자금 관여 정황 포착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 관계자를 직접 만나 비밀계좌 운용방안 등에 대해 협의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이 회장이 해외비자금 조성 및 관리에 직접 관여했음을 알려주는 단서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007년경 이 회장이 UBS 관계자를 국내로 불러 CJ그룹 재무담당 고위임원과 함께 만났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UBS 측에 비밀계좌 개설 및 운용방안, 계좌주 등록 방법, 예치금의 한도 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후 CJ그룹이 이 은행에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스위스 바젤과 취리히에 본사를 두고 세계 각지에서 기업 및 부동산 투자, 인수합병 등을 진행하는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2005년 세계 1위 은행에 선정됐다. 전 세계 부호들의 비밀계좌를 개설해 주면서 ‘검은돈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2009년 미국 정부에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예금주 4450명의 정보를 넘기면서 약 80년간 이어진 ‘비밀계좌’의 전통이 깨졌다.

UBS는 올 2월 미국과 미국인 계좌정보를 사실상 제공하는 협정을 맺었지만 아직 한국은 계좌정보 제공 대상국가가 아니다. 이 때문에 검찰이 UBS 등에 개설된 CJ그룹의 차명계좌 관련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이 회장이 UBS뿐 아니라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다른 해외은행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재무담당 고위임원에게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지시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2008년 검찰이 CJ그룹 전 재무팀장 이모 씨의 살인청부 혐의에 대해 수사할 당시 이 씨에게 돈을 빌려 운용했던 박모 씨는 검찰 수사에서 “이 씨로부터 ‘홍콩에 있는 이 회장 비자금이 3500억 원 정도이며 이 돈이 300여 개의 계좌에 분산돼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무기명 채권으로 관리하던 500여억 원을 현금으로 바꾼 뒤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국내에 조성한 비자금을 미술품뿐 아니라 고가의 악기 매입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해외 은행으로 보냈다고 보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0억 원 이상을 해외로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 법은 공소시효도 10년으로 길다.

이 회장은 또 2003년부터 최근까지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 수백 개를 이용해 CJ㈜와 CJ제일제당 등의 주식을 반복적으로 사고팔아 수천억 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만약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이 회장으로 드러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처벌된다.
▼ 10억이상 조세포탈 드러나면 李회장, 5년이상 징역형 가능 ▼

대주주는 주식을 거래할 때 생기는 차익에 대해 반드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은 액수가 10억 원 이상이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포탈세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까지 내야 한다.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주가를 고의적으로 띄웠거나 내부자 정보를 이용했다면 이 또한 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은 또 해외비자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도 CJ그룹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경기 화성시 동탄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해외비자금을 투자한 뒤 땅을 팔아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또 홍콩 현지법인 ‘CJ글로벌홀딩스’의 자산 가치를 부풀린 뒤 CJ제일제당에 넘겨 수백억 원대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은 CJ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CJ푸드빌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CJ푸드빌은 ‘뚜레주르’, ‘투썸커피’ 등 14개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왔다. 국세청은 CJ푸드빌 본사와 해외법인 간의 자금 흐름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창봉·장선희 기자 ceric@donga.com
#이재현#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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