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수사선상 오른 이미경 CJ 부회장은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대중문화 쥐고흔드는 큰손

검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55·사진)은 ‘문화계의 큰손’으로 불린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중국 푸단대에서 유학하고 1995년 제일제당(현 CJ)에 입사했다. 2004년 말 CJ그룹 부회장에 오른 그는 영화, 방송, 공연사업 등을 벌이는 계열사 CJ E&M을 총괄하고 있다.

영화계에서 CJ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업계 1위인 CJ E&M 영화사업 부문은 지난해 국내 영화 매출액(8354억 원) 중 36.7%(3063억 원)를 차지했다. 이 부회장은 영화 투자 결정을 직접 챙기는 등 사업을 주도했다. 2011년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직원들이 투자에 반대했지만 그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방송 부문에서도 CJ는 강자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전반을 좌우한다. CJ E&M은 tvN, Mnet, OCN 등 18개 케이블방송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 방송 경영도 이 부회장이 세세히 챙긴다. 업계 관계자는 “CJ는 5000만 시청자가 좋다고 해도 이 부회장이 ‘안 좋다’고 하면 (사업을) 안 하고, 5000만이 별로라고 해도 이 부회장이 ‘좋다’ 하면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그룹의 문화사업을 주도했다. 미국 유학시절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에는 제일제당이 할리우드에 영화사 드림웍스를 공동설립하는 것을 주도하면서 해외 인맥을 넓혔다. 당시 드림웍스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제프리 카젠버그, 유명 음반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펜이 참여했다.

2011년 4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본사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생일 파티는 그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파티에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음반을 제작한 전설적인 미국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가 참석해 노래와 연주를 했다. 가수 비(정지훈)를 비롯해 이병헌 정우성 서인영 백지영 등 국내 톱스타 30여 명도 함께했다. 이들 대부분은 CJ와 관련된 영화, 드라마, 공연에 출연한 연예인들로 ‘이미경 라인’으로 불린다.

가수 비는 대표적인 이미경 라인 연예인이다. 2011년 말에는 이 부회장이 배우들과 함께 군복무 중인 비를 면회하기도 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비가 주연한 영화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는 이 부회장이 투자를 밀어붙였다”고 했다. 배우 중에는 CJ가 투자한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출연한 이병헌이 대표적이다. 이병헌이 ‘지.아이.조’를 통해 미국 영화에 진출하도록 힘을 쓴 이도 이 부회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4월에는 할리우드 스타 제시카 알바가 이 부회장의 초대로 서울 강남구 청담 CGV 빌딩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 이 파티에는 고소영 정우성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 매니지먼트업계 관계자는 “요즘 연예계에서는 ‘이미경 라인을 타면 자다가도 CF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CJ가 영화, 드라마, 뮤지컬,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 등 손 안 대는 곳이 없는 데다 CJ 계열사 광고까지 이 부회장의 입김이 미친다는 이야기다.

민병선·구가인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