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 편의점을 5년 가까이 운영 중인 A 씨(40대 중반)는 23일 경기 용인시 CU 편의점 점주의 자살을 계기로 편의점 본사의 횡포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폐점 위약금은 사실 전체 횡포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점포를 관리하는 본사 직원인 영업사원(FC)이 팔리지 않는 물건들을 강제 발주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전산상 발주는 점포주만 할 수 있도록 했지만 FC가 수시로 드나들면서 말 한마디 없이 발주하기도 하고, 점주가 이를 알게 돼 취소하면 본사에서 다시 발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 특히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카네이션은 기본이고 복날에는 수박, 크리스마스 때는 비싼 케이크를 무조건 배송한다는 것. 올해는 다행히 남양유업 사건이 터졌기 때문인지 카네이션 강매는 없었다고 했다.
A 씨는 “수박 등 이런 물품은 옆 슈퍼만 가도 훨씬 싼데 누가 사 먹겠느냐. 안 팔려서 전산에서 폐기하려고 하면 FC가 ‘손해를 봤다고 내가 본사에서 지적당한다’며 사정한다. 결국 우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하나씩 나눠 먹는 식으로 내가 손해보고 처리한다”고 말했다.
명절 때면 FC를 통해 평소보다 10만∼15만 원 추가 매출을 요구해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기 돈을 내고 자기 점포 물건을 사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사가 직접 나서지 않고 점포를 관리하는 FC를 압박해 결국 편의점주에게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며 “업무 강도가 높은 탓인지 1년이면 FC가 10명쯤 바뀐다. FC들도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백 마진’(본사가 가맹점이 판매할 제품을 공급할 때 원구매가에 추가로 붙이는 마진)을 붙여 편의점에 넘기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편의점은 적자가 나도 본사는 흑자를 내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것. 매장이 본사에서 받아 써야 하는 프린터 토너, 비닐봉지, 영수증 용지, 유리세정제 등 소모품의 경우 대형마트나 일반 슈퍼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A 씨는 “평균 5∼6%의 백 마진을 본사가 먹고, 편의점에는 그만큼 비싸게 원가를 책정해 공급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소모품이 너무 비싸다 보니 본사 몰래 시장에서 사다 섞어 사용하고 있다.
A 씨는 현재 매출이 개업 후 2년까지보다 80%가 늘었지만 돌려받는 정산금은 20%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도 본사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A 씨의 초기 2년간 하루 매출은 평균 90만 원이었다. 회사에서 물건값 관리비 등을 제하고 정산해 A 씨에게 주는 돈은 월 450만 원이었다. 가겟세 아르바이트비 등을 빼고 A 씨가 손에 쥐는 돈은 월 150만 원이었다.
지금은 하루 매출이 160만 원인데 정산 후 받는 돈은 월 550만 원에 불과하다. 순이익은 250만 원이라고 A 씨는 말했다. 당일 매출액은 다음 날 오후 6시까지 본사에 입금해야 하는데 깜박하고 늦으면 1만 원의 페널티를 물리고 있다고 한다.
A 씨는 이런 횡포에도 재계약을 할 생각이다. 만일 재계약을 하지 않고 개인 점포로 전환하거나 중소업체와 계약하면 일명 ‘알박기’를 당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A 씨는 “아는 분이 편의점 계약이 끝난 뒤 다른 업체와 계약하자 바로 50m 앞에 대규모 점포를 열고 물품공세를 벌여 결국 편의점을 접었다”고 전했다.
A 씨는 “5년을 해오면서 명절 때 조상님 한번 모신 적이 없다. 몰래 문 잠그고 가면 3∼4시간 매출이 안 찍힌 것을 전산시스템으로 단번에 알기 때문에 속이지도 못한다. 24시간 강제영업, 이건 철폐해야 할 악법 중에 악법이다. 점주는 아플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주문을 하려면 점주의 ID와 비밀번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제 발주는 있을 수 없다”며 “상품을 원가에 사서 그대로 각 편의점에 주기 때문에 본사가 추가로 마진을 붙인다는 ‘백 마진’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오명석 사무처장(35)은 “CU, 세븐일레븐, GS25 등 불공정 횡포의 형태는 대동소이하다”며 “특히 점주에게 불리한 조항은 서로 따라 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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