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고원 눈 줄고 인도양 수온 올라… 기록적 폭염 닥쳤던 작년보다 더울듯
장마 6월중순 시작… 남부에 많은 비
서울 어제 30.2도… 전국 곳곳 ‘찜통’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지난해보다 더 무더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악의 여름으로 기억되는 1994년 더위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여름철 기상 전망’에서 “6∼8월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특히 6월 전반부와 8월에 고온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여름철 평균 최저기온은 19.7도, 평균 최고기온은 28.4도다.
기상청은 이번 여름 무더위 원인으로 인도양 해수면 온도의 상승과 티베트 고원의 눈 면적을 꼽았다. 올해 봄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는 28∼30도로 평년에 비해 0.5∼1도가량 높다. 평소 같으면 이곳에서 발생한 몬순(계절풍)이 서서히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열대저압부로 발달해 한국에 많은 비를 뿌린다. 바로 장마다. 이때 장마는 오른편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올해는 높은 수온 탓에 몬순이 수증기를 잔뜩 머금게 되고 초반부터 많은 비를 뿌려 동아시아에 도착할 때는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평균 고도 4500m의 티베트 고원에 눈 쌓인 면적이 평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이는 높은 기온 탓으로, 보통 따뜻한 상승기류 발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워낙 고지대다 보니 기류가 높이 올라가지 못한 채 옆으로 퍼져나간다. 이때 동쪽으로 확산된 기류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더해지면서 오히려 세력 확장을 돕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수준이었고 티베트 고원의 눈 면적도 평소보다 넓었는데도 여름철 동아시아에 극심한 더위가 닥쳤다.
지난해 여름에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수가 전국적으로 평균 15일에 달했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초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984명 발생해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했다.
장마는 평년보다 조금 빠른 6월 중순에 시작돼 주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됐다. 태풍은 1, 2개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높다”며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본격적인 무더위는 장마가 끝난 7월 중순 이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2도를 기록해 올해 들어 처음 30도를 넘는 등 전국 곳곳에서 30도 안팎의 기온 분포를 보였다. 경기 동두천이 32.4도로 가장 높았고 경남 합천 32.2도, 광주 대구 31.8도 등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과 경기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고 대구에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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