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이 조세피난처에 해외법인을 운영하며 세금을 탈루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그룹)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의 자산 총액이 5조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재계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1조 원 이상 민간 그룹 가운데 케이맨 제도,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정한 9개 조세피난처에 24개 그룹이 해외법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월 말 기준으로 이 그룹들이 보유한 해외법인은 총 125곳으로 자산총액은 5조6900억 원이었다.
법인 수 기준으로는 SK그룹이 파나마에 52개 등 63개 법인을 조세피난처에 두고 있어 가장 많았고 이어 롯데그룹(12개) 현대그룹(6개) 순이었다. 자산 규모별로는 한화그룹이 1조6822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SK그룹(1조3267억 원) 대우조선해양(7849억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재벌닷컴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 실적이나 자산이 전혀 없는 법인이 전체의 57%인 71개사로 상당수가 회사명만 있고 활동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있는 회사)’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그룹들은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법인이 모두 세금 탈루나 비자금에 이용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에 불만을 나타냈다. SK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해외업체 및 선박 인수, 해외상장 등을 위해 필요에 따라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모두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매체인 뉴스타파는 27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4개 그룹 총수와 전현직 임원 등 7명의 명단을 2차로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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