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은 교육현장의 재해(災害) 아닐까요?”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있는 포항여자전자고 하애덕 교장(61)은 27일 “학교 폭력은 산업체 현장의 재해 재난과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교생이 850여 명인 이 학교는 경북 유일의 여자공업계 특성화 공립고교다.
이 학교가 학생들 사이의 폭력을 없애기 위해 추진하는 인성교육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교문 쪽에 걸려있는 ‘폭력 없는 학교 현황판’이 대표적. 기업현장에서 흔히 보는 ‘무사고 ○○일’ ‘무재해 ○○일’을 본떠 만들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하 교장은 “기업의 무재해 간판을 보면서 이를 학교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설치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이 현황판이 생긴 뒤 요즘 학교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학교 폭력을 없애는 목표를 넘어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정겨움이 돋아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 것. 전교 학생회장인 3학년 이예은 양은 “등교 때마다 현황판을 보면서 행복하고 인정 넘치는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학년 최다은 양은 “아침마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 같은 인성 교육은 취업과 진학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2월 졸업한 305명 가운데 취업을 희망한 167명은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했다. 채동곤 학생생활부장교사는 “학교 분위기가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하고 놀랄 때가 많다. 70여 명 교직원들부터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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