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中 사배자 합격자 48% 강남 거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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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의원 15명, 영훈-대원-청심中 조사
12.5%는 20억원 넘는 아파트 살아
대기업 부회장-IT사 대표-판사가 부모
영훈中은 영훈初 출신자에 특혜까지

영훈국제중 1학년 A 학생의 아버지와 청심국제중 1학년 B 학생의 아버지는 각각 정보통신 보안회사인 K사 대표이사, G시멘트 대표이사 및 H마트 부사장을 지냈다. 대원국제중에 다니는 C 학생의 할아버지는 중견 건설업체인 J건설의 현직 대표이사다. 그런데도 세 학생은 모두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을 통해 국제중에 합격했다.

지난해 대원국제중에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을 통해 입학한 D 학생의 어머니는 수도권 법원의 판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도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을 통해 국제중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은 한부모, 다자녀 등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특권층 자녀들의 입학통로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신학용 유기홍 유은혜 의원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5명은 27일 대원 영훈 청심 등 수도권 3개 국제중의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합격자에 대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2, 2013학년도 합격자 70명 가운데 자료가 취합된 것은 56명. 이 중 서울 강남 3구에 거주하는 학생은 27명(48.2%)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시가 20억 원 이상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도 7명(12.5%)이나 됐다.

특히 대원국제중의 경우 합격자 25명 중 22명(88%)이 강남 3구에 거주하거나 시가 10억 원 이상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국제중의 한 재학생은 입학전형 서류에 적어낸 거주지가 일일 사용료가 61만∼195만 원이나 되는 서울 종로의 한 유명 호텔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 영훈국제중의 경우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인 영훈초등학교 출신 지원자 6명에게 교사 추천서 점수로 만점을 줬다. 이 가운데 2명은 교과 성적이 합격권에 들지 못했지만 주관적 평가를 하는 교사 추천서와 자기계발 계획서에 대해 모두 만점을 받으면서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당초 학생의 실명이 기재된 서류를 확인하려 했으나, 학교 측이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자료를 제출해 진실 규명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훈 대원국제중에 대한 설립승인 취소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청심국제중에 대해서는 경기도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국제중 관련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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