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국문과 통폐합… 목원대 독문-불문과 폐지
대학 “취업 강화 위해 불가피”
전문가 “기초학문 위축 우려”
“취업과 거리가 멀어 ‘굶는 과’로 불리던 시절에도 국문과 폐지는 꿈도 꾸지 않았다.”(안도현 시인)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세계로 전파하는 인력을 기르는 장점이 있다. 국문학을 말살하려는 시도라는 식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배재대 관계자)
배재대가 최근 국어국문학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안 시인과 배재대가 벌인 인터넷 공방이다. 충남대와 배재대, 한남대, 목원대 등 대전지역 주요 대학들이 학과 개편에 나서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대학들은 신입생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몸집 줄이기와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과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몸집 줄이기, 취업 강화가 핵심
목원대는 독일언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 스포츠산업과학부, 소재디자인공학과, 컴퓨터교육과 등 5개과를 폐지 또는 통합하고 정원 75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신입생 충원이 어렵고 중도 이탈 비율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는 국제문화학과로 통합되고 스포츠산업과학부는 골프 전공이 폐지되면서 스포츠건강관리학과로 신설된다. 소재디자인공학과는 신소재화학공학과로 명칭을 변경해 신입생을 모집했고 컴퓨터교육과는 없어진다. 기존 학과들이 3개의 융·복합 학과로 개편된다. 건축학부(5년제 건축학 전공, 건축공학 전공), 건반악학부(피아노 전공, 반주 전공), 미술학부(한국화, 서양화, 기독교미술 전공)로 바뀐다.
배재대는 5개 단과대 56개 전공을 5개 단과대 53개 전공으로 줄이고 2014학년 입학 정원도 전년 대비 42명이 준 2278명을 받는다.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 미디어정보사회학과 등 3개 학과는 모집단위를 전환하거나 폐지하고 항공운항과, 중소기업컨설팅학과, 사이버보안학과 등 3개 학과를 신설했다.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는 한국어문학과로, 비주얼아트디자인학과와 미술조형디자인학과는 미술디자인학부로 통합했다. 한남대는 28일 교무위원회에서 철학과와 독일어문학과를 통폐합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충남대는 2014학년도에 군사학부 육군학 전공(30명)을 신설하고 자유전공학부를 발전적으로 개편하는 방향의 학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 ‘대학의 기본 면모 유지하라’ vs ‘대학마다 역할과 책임 달라’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다 보니 몸집 줄이기는 기초학문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배재대와 목원대의 프랑스어 및 독일어 관련 학과 통폐합과 한남대의 철학과 독일어 관련 학과 통폐합은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한남대는 다른 두 대학과는 달리 독일어 관련학과만 폐지해 추후 프랑스어 관련학과의 폐지 여부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대는 자유전공학부에 해군학 전공을 설립한 데 이어 추후 공군학 전공도 만들어 군사학 단과대학(국토안보대학)을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학내외의 비판도 있다. 대전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국립 거점대학으로서 기초학문을 유지, 발전시켜야 할 역할이 있음에도 시류에 편승해 학제개편을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대 교수협도 기초학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년 전 사회과학대학 안에 군사학과를 설치하려 할 때 반대한 데 이어 이번에도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어국문학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한 배재대의 학제개편에 대해 서울대 조국 교수도 “여러 대학에서 취업률 낮다고 국문과를 폐지한다. 그래, 그 참에 국사학과도 폐지해라. 100년 후, 아니 50년 후 무슨 꼴이 일어날지 모르는가”라고 가세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의 역할과 책무는 해당 대학의 여건에 따라 다르다. 이런 식의 비판이야말로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배재대 관계자는 “연구중심 대학과 실용학문 추구 대학은 분명 운영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국문학을 새로운 학과의 교육과정에 충실히 반영해 통폐합의 취지를 살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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