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경 강원 춘천시 퇴계동에 아동 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고지서가 도착했다. 아동 청소년을 둔 가구와 유치원, 초중고교 등 7004곳에 우편으로 배달됐다. 고지서에는 청소년을 상대로 강제추행한 성범죄자 A 씨의 주민등록 주소와 실제 거주하는 주소지 모두 경기 가평군으로 기재돼 있었다. 고지서 수신자 난에는 ‘가평군 퇴계동’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행정구역 명칭이 표기돼 있었다. A 씨의 범행 장소도 경기 수원이었다.
고지서를 발송한 법무부에 확인한 결과 A 씨의 실제 거주지는 춘천시 퇴계동이고 고지서에 ‘경기 가평군’으로 잘못 기재됐다는 것. 실제 배달돼야 할 곳에 배달됐지만 주소 표기 오류로 혼동을 준 것이다.
문제는 법무부의 모호한 대처에 있다. 법무부는 주민들에게 주소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다시 알리지 않았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고 해명했다. 주민 대부분은 당연히 엉뚱한 고지서가 배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퇴계동에 사는 이모 씨(37·여)는 “고지서가 잘못 온 것으로 생각해 바로 버렸다”며 “관계없는 마을까지 범죄 사실이 알려져 A 씨가 문제를 삼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법무부는 “주소지 오류를 바로잡아 알리려 했지만 최근 A 씨가 실제 거주지를 경기 수원으로 옮긴 탓에 재고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신상정보 고지서에 적힌 날짜는 5월 2일, 퇴계동 주민에게 배달된 건 21일경이다. A 씨가 지난달 26일 형기 종료로 출소한 것을 감안하면 퇴계동 주민들은 1개월 가까이 마을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낸 셈이다.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A 씨가 일주일 전 수원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것을 구두로 통보받았고 28일 거주지 이전 신고가 접수됐다. 퇴계동에 온 오류 고지서는 뒤늦게 발송할 필요조차 없던 셈이다. 법무부는 “A 씨의 정보 점검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2, 3차례 재입력했는데 최종 정보가 우편고지서에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며 “개발업체를 통해 시스템 오류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편 성범죄자의 신상을 알려주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sexoffender.go.kr)에는 29일에도 A 씨가 퇴계동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공개돼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는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책임 소재에 선을 그었다. 주소 오류와 정부 부처 간 엇박자까지 생겨 성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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