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산 새 단장 “H저옵서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정상에 이글루형태 안전대피 시설 설치
화장실 등 편의시설-체험프로그램 보강

한라산 정상인 동능에 이글루 형태의 대피소이자 통제소가 새로 건립되고 덱 등 편의시설이 보강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정상인 동능에 이글루 형태의 대피소이자 통제소가 새로 건립되고 덱 등 편의시설이 보강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동능으로 오르는 길은 온통 꽃의 향연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구상나무 군락지에 푸르고 붉고 검은 구상나무 열매 3종류가 한꺼번에 달렸다. 하얀 솜사탕 같은 귀룽나무가 시선을 끌었고 한라산 특산식물인 섬매발톱나무는 날카로운 가시 사이로 노란 꽃망울을 터뜨렸다.

400여 명의 등산객이 25일 오전 정상에 도착한 기쁨을 나누는 가운데 에스키모 원주민 집인 이글루 형태의 아담한 시설물이 눈에 들어왔다. 등산객 안전대피 시설물이자 통제소다. 기존 목재로 만든 시설물은 사라지고 단단한 철 구조물이 새로 등장했다. 다른 한쪽에는 헬기 착륙장도 보였다. 공사 자재를 실어 나르거나 등산객을 구조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태풍으로 허물어진 덱 시설도 말끔히 정리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등산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대폭 보강되면서 한라산이 새로운 면모를 갖췄다. 시설 인프라는 물론이고 한라산 어승생악, 관음사지구∼구린굴 등지에서 자연체험 생태프로그램 운영으로 탐방객이 ‘속살’을 들여다보고 있다.

○ 탐방객 편의시설 확충

한라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의 대표 장소로 이름을 알리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나무로 둘러싸인 진달래밭대피소는 등산객의 휴식처이자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인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변변치 못했던 화장실은 신축 건물로 산뜻하게 들어섰다. 성판악코스 속밭대피소를 비롯해 관음사코스 삼각봉휴게소도 화장실을 개선했다. 지난해 화장실 개선에만 13억39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올해 18억8000여만 원을 들여 영실코스를 정비하고 대피소 등을 정비하고 있다. 안내판을 새롭게 설치해 외국인이 탐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한 트레일 루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분화구에 물이 가득 찬 비경을 선사하는 사라오름 트레킹 코스는 해마다 탐방객이 늘고 있다. 어리목코스에 만세동산 전망대가 들어선 데 이어 윗세오름대피소 주변에 ‘윗세족은오름 전망대’가 최근 만들어졌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운무와 오름 군락을 감상하는 데 최적의 장소가 된다.

○ 세계적인 명산으로 가는 길

한라산국립공원은 면적이 153km²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8%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특이 지질과 함께 2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의 보고이자 희귀식물의 전시장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으로 지난해 탐방객이 113만 명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외국인 탐방객은 9만4000명을 차지했다. 2011년 외국인 탐방객 4만9000여 명에 비해 89%가 증가한 것이다.

탐방객 증가로 인한 문제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성판악코스 입구는 주말마다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수학여행 등 단체 탐방객이 지나간 자리에는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3건의 조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는 등 해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은 대책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진기옥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한라산 훼손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인공 시설물 설치를 자제하겠다”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한라산 자연자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탐방객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안전대피 시설#편의시설#체험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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