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도 압수수색… ‘팬 재팬’ 대출 통한 돈세탁 여부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팬 재팬’ 부동산업… 페이퍼컴퍼니 가능성

검찰이 29일 신한은행을 압수수색한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검찰은 신한은행 도쿄지점이 2007년 부동산관리회사 ‘팬(PAN) 재팬’ 주식회사에 240억 원을 대출해 준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2002∼2011년 CJ그룹 일본법인장을 지낸 배모 씨(56)가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팬 재팬’은 2006년 12월 4일 설립됐다. 이 회사는 CJ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라 배 씨가 대주주인 별도 법인이다. 검찰은 CJ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이 회사가 CJ일본법인이 소유한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니시신바시(西新橋)에 있는 CJ재팬 빌딩을 담보로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 원을 대출받은 뒤 아카사카(赤坂) 지역에 또 다른 빌딩을 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팬 재팬은 대출금을 매년 분할해서 납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25억 원가량을 갚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CJ 측이 해외에 빼돌린 돈으로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방식을 통해 돈을 세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는 CJ의 다른 계열사의 일본 법인장을 맡고 있는 배 씨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도쿄에 거주 중인 배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29일 도쿄 법무국 증명서에 나와 있는 배 씨 거주지를 찾았지만 배 씨가 살고 있지 않았다.

취재팀이 도쿄 법무국에서 발급받은 증명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처음엔 아카사카에 있는 팬 재팬 빌딩에 주소지를 뒀지만 불과 열흘 뒤에 니시신바시에 있는 CJ재팬 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취재팀이 CJ재팬빌딩 본사를 찾아 1층의 입점 안내표를 살펴봤지만 팬 재팬이라는 회사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이름은 있지만 사무실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명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는 사탕과 감미료, 보석류를 판매하는 동시에 영화와 음악을 거래하고, 부동산 매매·임대·중개를 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취급하는 곳으로 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사의 부동산 관리업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각종 부동산을 차명으로 사들여 수익을 내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는 등 이 회장의 비자금 창구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장선희 기자 lovesong@donga.com
#신한은행#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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