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금 떠나요]대전국립현충원 호국철도 전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6·25때 철도영웅들 목숨건 활약 생생…

30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호국철도전시장 내에 6·25전쟁 당시 활약했던 철도인들의 활동상 등을 기리는 호국철도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현충원을 방문한 아이들이 신기한 듯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대전국립현충원 제공
30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호국철도전시장 내에 6·25전쟁 당시 활약했던 철도인들의 활동상 등을 기리는 호국철도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현충원을 방문한 아이들이 신기한 듯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대전국립현충원 제공
‘미군 사단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1950년 7월 20일 대전에서 북한군을 맞아 싸우던 미군과 한국군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투 중이던 미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전문이었다. 딘 소장을 구출하라는 특명이 곧바로 하달됐다. 세계 전사(戰史)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기관차 구출작전’은 이렇게 막이 오른다.

6·25전쟁의 교훈과 의미를 되새기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앞두고 30일 국립대전현충원 호국철도 전시장에서 전쟁 당시 철도인들의 활약상 등을 담은 ‘호국철도기념관’ 개관식이 열렸다. 기념관에 가면 당시 구출작전에 참여했던 김재현 기관사의 영웅적인 무용담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 세계 전사에서 찾기 힘든 ‘기관차 구출작전’


특명이 하달된 20일 오후 5시 10분 대전역 구내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디서 총탄이 느닷없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증기기관차를 타고 충북 영동에서 달려온 김재현 기관사는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마침내 ‘철수’를 결심했다. 대전역에 도착해 30분 이상 주변을 헤맸지만 북한군의 수중에 떨어진 대전에서 딘 소장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전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매복해 있던 북한군의 총격으로 동행한 미군 특공대원 33명 가운데 상당수를 잃은 상태였다.

되돌아가는 길도 북한군이 지키고 있었다. 김 기관사는 결국 총탄을 맞아 사망했다. 황남호 기관조사가 가까스로 기관차를 끌고 사선을 돌파해 미 24사단이 머무는 영동에 도착했다. 나중에야 딘 소장은 금강 방어선이 무너진 20일 대전을 더이상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후퇴 지시를 내리고 피신을 하다 35일 만에 북한군에게 잡혀 포로가 됐다. 그는 정전협정 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다.

○ 호국철도기념관에 영웅들의 모습 생생

호국철도전시장에는 딘 소장 구출작전에 동원된 ‘미카 3형 129호(MK3-129)’ 기관차와 객차가 전시돼 있다. 코레일은 1970년 전후까지 운행하다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퇴역한 MK3 기관차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던 129호 기관차를 여기로 옮겨왔다. 문화재청은 2008년 이 기관차를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지정했다.

호국철도기념관은 전시장의 객차 2량을 개조해 만들었다. 기념관은 호국관과 역사관으로 나뉜다. 호국관에서는 6·25전쟁 당시 철도인의 활약상을 담은 ‘철도영웅들의 비망록과 757일간의 기록’ ‘MK3-129호와 철도영웅’ ‘추모의 벽’ 등을 상영한다. 딘 소장 구출작전에 참여했거나 다른 전투에 참전한 철도인들의 사진과 군수물자 및 우편물, 피란물 운송, 포로 수송 등을 담은 다양한 영상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역사관에는 ‘철도와 함께한 사람들’ ‘한국철도 기적의 발자취’ ‘철길 따라 떠나는 여행’ ‘철도, 그리고 추억이 있는 풍경’ 등 철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 하늘나라 우체통, 보훈미래관, 야생화 공원…

순국 영령들에게 유족들이 그리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지난해 만든 현충원 내 ‘하늘나라 우체통’은 호국보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방문객들은 민원 안내실에 비치된 엽서에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에 대한 추모 글을 써서 넣을 수 있다.

체험형 전시관인 ‘보훈미래관’에는 나라사랑 역사실과 영상실, 호국장비 전시장이 있다. 애국지사 3대를 소재로 제작한 ‘할아버지의 토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제작한 ‘그날’, 만화영화 ‘불개 천둥이’가 상영된다. 현충원 ‘야생화 공원’에는 금낭화, 매발톱 등 야생화 100여 종이 심겨 있다. 계절마다 유채꽃, 해바라기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한반도 모양을 본떠 만든 자연석 인공연못인 ‘현충지’도 가볼 만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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