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호국철도전시장 내에 6·25전쟁 당시 활약했던 철도인들의 활동상 등을 기리는 호국철도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현충원을 방문한 아이들이 신기한 듯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대전국립현충원 제공
‘미군 사단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1950년 7월 20일 대전에서 북한군을 맞아 싸우던 미군과 한국군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투 중이던 미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전문이었다. 딘 소장을 구출하라는 특명이 곧바로 하달됐다. 세계 전사(戰史)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기관차 구출작전’은 이렇게 막이 오른다.
6·25전쟁의 교훈과 의미를 되새기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앞두고 30일 국립대전현충원 호국철도 전시장에서 전쟁 당시 철도인들의 활약상 등을 담은 ‘호국철도기념관’ 개관식이 열렸다. 기념관에 가면 당시 구출작전에 참여했던 김재현 기관사의 영웅적인 무용담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 세계 전사에서 찾기 힘든 ‘기관차 구출작전’
특명이 하달된 20일 오후 5시 10분 대전역 구내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디서 총탄이 느닷없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증기기관차를 타고 충북 영동에서 달려온 김재현 기관사는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마침내 ‘철수’를 결심했다. 대전역에 도착해 30분 이상 주변을 헤맸지만 북한군의 수중에 떨어진 대전에서 딘 소장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전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매복해 있던 북한군의 총격으로 동행한 미군 특공대원 33명 가운데 상당수를 잃은 상태였다.
되돌아가는 길도 북한군이 지키고 있었다. 김 기관사는 결국 총탄을 맞아 사망했다. 황남호 기관조사가 가까스로 기관차를 끌고 사선을 돌파해 미 24사단이 머무는 영동에 도착했다. 나중에야 딘 소장은 금강 방어선이 무너진 20일 대전을 더이상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후퇴 지시를 내리고 피신을 하다 35일 만에 북한군에게 잡혀 포로가 됐다. 그는 정전협정 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다.
○ 호국철도기념관에 영웅들의 모습 생생
호국철도전시장에는 딘 소장 구출작전에 동원된 ‘미카 3형 129호(MK3-129)’ 기관차와 객차가 전시돼 있다. 코레일은 1970년 전후까지 운행하다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퇴역한 MK3 기관차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던 129호 기관차를 여기로 옮겨왔다. 문화재청은 2008년 이 기관차를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지정했다.
호국철도기념관은 전시장의 객차 2량을 개조해 만들었다. 기념관은 호국관과 역사관으로 나뉜다. 호국관에서는 6·25전쟁 당시 철도인의 활약상을 담은 ‘철도영웅들의 비망록과 757일간의 기록’ ‘MK3-129호와 철도영웅’ ‘추모의 벽’ 등을 상영한다. 딘 소장 구출작전에 참여했거나 다른 전투에 참전한 철도인들의 사진과 군수물자 및 우편물, 피란물 운송, 포로 수송 등을 담은 다양한 영상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역사관에는 ‘철도와 함께한 사람들’ ‘한국철도 기적의 발자취’ ‘철길 따라 떠나는 여행’ ‘철도, 그리고 추억이 있는 풍경’ 등 철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 하늘나라 우체통, 보훈미래관, 야생화 공원…
순국 영령들에게 유족들이 그리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지난해 만든 현충원 내 ‘하늘나라 우체통’은 호국보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방문객들은 민원 안내실에 비치된 엽서에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에 대한 추모 글을 써서 넣을 수 있다.
체험형 전시관인 ‘보훈미래관’에는 나라사랑 역사실과 영상실, 호국장비 전시장이 있다. 애국지사 3대를 소재로 제작한 ‘할아버지의 토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제작한 ‘그날’, 만화영화 ‘불개 천둥이’가 상영된다. 현충원 ‘야생화 공원’에는 금낭화, 매발톱 등 야생화 100여 종이 심겨 있다. 계절마다 유채꽃, 해바라기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한반도 모양을 본떠 만든 자연석 인공연못인 ‘현충지’도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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