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중앙회, 300곳 실태 조사
판매목표 강요 등 밀어내기 시달려… 65%는 예상수익 못내고 33%가 적자
“장사가 안돼 편의점을 접겠다고 했더니 위약금으로 4000만 원을 내라고 하지 뭡니까. 1년 매출이 3200만 원인데….”
서울 용산구에서 CU를 운영하는 박모 씨(52·여)는 2011년 4월 ‘한 달에 순이익 300만 원을 낼 수 있다’는 본사 직원의 말을 듣고 5년 동안 편의점을 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매출의 35%에 해당하는 로열티, 아르바이트생 월급, 월세 등을 내고 나면 실제 쥐는 돈은 50만 원 남짓이었다.
지난해 5월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니 본사에서는 “계약기간을 못 채웠으니 해지 위약금 4000만 원을 내라”고 했다. 위약금 명세서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슬쩍 보여주고는 “회사 기밀”이라며 도로 집어넣었다. 박 씨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출구가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중기중앙회는 6일부터 23일까지 전국 편의점 3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39.3%가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요하거나 판매 목표를 강제하는 등 ‘밀어내기’(52.5%·중복 응답)를 가장 대표적 유형으로 꼽았다.
오명석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매주 신상품이 나오면 본사 영업사원들이 상품을 발주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며 “반품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낮아 한번 발주한 물품은 웬만하면 반품되지 않기 때문에 점주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밸런타인데이와 같이 특정 시기가 지나고 팔기 어려운 제품들이 재고로 남으면 반품을 못하고 점주 스스로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이 밖에 본사가 △24시간 영업을 강요하고(46.6%) △부당한 이유로 상품 공급과 영업 지원을 중단하고(44.9%) △점포 인근에 새 점포를 내 상권을 침해하고(39.8%) △폐점을 원할 때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거나 폐점을 무조건 거부하는(37.3%)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답했다. 4월 말 현재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 ‘빅3’의 매장은 총 2만2654개에 이른다.
조사 대상 가맹점주의 65.3%는 창업 전에 편의점 본사가 제시한 예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2.7%는 적자 상태였다.
방경수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회장은 “최근 생활고를 겪던 편의점 가맹점주 4명이 자살한 사태는 대기업인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의 불공정한 갑을(甲乙)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국회는 24시간 영업 강제 금지, 과도한 위약금 금지 등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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